음식의 역습이다.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은 <2012>의 애니메이션판이자, 음식 재난 무비의 탄생이라고 불러도 될 것 같다. 묘하게도 앞바다의 아이티는 실제로 지진이라는 거대 재난을 만나 먹을 게 없어서 아우성이고, 가상이지만 미국은 음식 폭탄에 숨을 죽인다. 역사는 이렇게 ‘3D’로 생생하게 역사의 아이러니를 보여주기도 한다. 비록 영화이지만 미국이 이렇게나마 반성(?)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건 고마운 일이다. 배스킨라빈스 ‘떠리 나인’의 상속자 존 로빈스가 상속을 포기하면서 육식과 미국의 탐욕스런 포식에 대해 마구 경고장을 날린 지도 오래건만, 미국의 칼로리 섭취는 나날이 늘어가지 않았던가. 믿으시라, 3000Kcal가 넘는 디저트가 팔리고(다이어트 중인 당신, 하루 2000Kcal가 안되고 소녀시대는 하루 800Kcal란다), 피자는 둘이 먹다가 하나가 배터져 죽을 만큼 커다란 나라가 미국이다. 세계의 지방을 짊어지고 사는 미국의 고민이 이런 애니메이션까지 만들게 했다고 생각하니, 가슴 한켠이 싸해지다가도 오죽하면 이러는가 싶어 측은지심도 발동한다. 그렇다고 미국에 7XX-1004을 눌러 단돈 2천원이라도 기부할 마음은 추호도 없다. 이게 다 자업자득 아니겠느냐는 말씀이다.
그렇다고 인상 팍 쓰면서 폭식과 제국주의의 관계 따위(아니면 피자냐 햄버거냐의 햄릿스러운 고민)에 몰두하실 건 없다. 수입사의 홍보문구에 ‘최소 12번의 웃음은 보장한다’는 게 거짓말이 아니어서 꽤 웃겨주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코믹을 기본으로 한 그래픽이지만 아름다운 서정성도 느껴진다. 특히 젤리로 만든 성 안에서 벌어지는 주인공 남녀의 기발한 연애장면은 <니모를 찾아서> 이후 가장 환상적으로 보였다.
이 난리 블루스의 대혼전에 미국영화의 감초, 가족코드도 여전하다. 그래도 짜증보다는 유쾌한 발상이 귀여워서 큭큭 웃게 만든다. 일자눈썹 아버지는 세상의 종말이 오는 그 순간에도 여전히 정어리로 낚시 밑밥을 만들 만큼 우직하고, 아들과의 불화에 고통스러워한다. 결국 위급 상황에서도 의사소통이 안되어 통역기가 가동되는 장면이 바로 그 문제적 상황. 상투성을 벗어난 아이디어가 빛난다. 어쨌거나 세상이 뭐라하든 묵묵하게 가족을 위해 애쓰시는 아버지들께 전화라도 한통 드리자. 여전히 말이 안 통하면 살짝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센스를.
영화는 클라이맥스에 이르면 <인디아나 존스>풍의 미궁 모험 장면을 화려하게 보여준다. 피자가 날을 세우고 달려들고, 젤리곰이 좀비처럼 덮친다. 통닭들이 적이 되어 주인공 일행을 공격하는 장면에서는 턱이 빠질 위험이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그런데, 그 와중에서도 미국 통닭은 굵고 크기도 하단 생각이 드는 건 참 요상하다.
영화의 유일한 악역은 섬의 시장님. 음식 비를 자신의 공적으로 만들기 위해 혈안이 되고, 세상은 소시지와 햄버거, 젤리에 치여 아수라로 변한다. 하여간 영화에서도 시장은 잘 만나고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