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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 할아버지의 ‘인간극장’ <행복한 울릉인>
김성훈 2010-02-24

synopsis 울릉도에서 그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오징어, 호박엿과 함께 울릉도 세 가지 명물로 불릴 정도로 상호 할아버지는 유명인사다. 매일같이 울릉도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니기 때문이다. 육지에서 보낸 물건들을 리어카에 실어 각 가정에 배달하고, 관광객이 버린 쓰레기를 깨끗하게 청소한다. 오징어 말리기가 한창일 때는 부족한 일손을 돕는다. 외부인들에 의해 울릉도가 조금씩 변해가지만 상호 할아버지만큼은 항상 제자리에 있다. 트레이드 마크인 밝은 미소를 간직한 채 말이다. 그런 그를 울릉도 사람들은 모두 좋아한다.

<행복한 울릉인>은 상호 할아버지의 ‘인간극장’이다. 울릉도에서만 74년 평생을 살아온 그의 일상을 카메라는 묵묵히 따라간다. 항구에서 쓰레기를 줍고, 리어카로 화물을 운반하는 작은 일상부터 도민 체육대회에 참가해 금메달을 따고, 할아버지에게는 거금인 1만원을 교회에 헌금하는 다소 특별한(?) 사건까지, 할아버지의 울릉도 생활이 하나씩 펼쳐진다. <인간극장> 류의 TV프로그램이 떠오르는 것도 아마 그래서일 것이다.

하지만 <행복한 울릉인>에는 특별한 사연을 가진 인물들을 이야기하는 TV 프로그램에서 흔히 볼 법한 클리셰가 없다. 시시때때로 VJ가 인물에게 말을 걸고, 마치 극영화처럼 사건들이 인과관계에 따라 벌어지고, 감상적인 음악이 깔리고, 감정신을 클로즈업으로 보여주는 등 뻔한 장치들과는 거리를 둔다. 그저 인물의 삶을 그대로 담아놓을 뿐이다. 감정을 강요당하지 않는 느낌이 드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울릉도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씨도 한몫 한다. 할아버지가 굶고 다니는 건 아닌지 항상 걱정하며 식사를 대접하는가 하면, 편리한 화물차가 있음에도 할아버지의 리어카를 불러 일거리를 늘려주기도 한다. 또, 얼굴 여기저기에 나 있는 수염도 가위로 손수 잘라준다. 상호 할아버지도 늘 받기만 하는 건 아니다. 오징어잡이 철에는 누구보다 먼저 나서서 이웃의 바쁜 일손을 돕는다. 덕분에 자칫 신파로 빠질 위험이 있는 이야기가 사람 사는 냄새를 물씬 풍긴다. 영화는 이런 순수한 모습을 통해 외지인에 의해 변해가는 울릉도에 아직도 희망이 있음을 역설한다. 마치 각박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덕목임을 말하려는 듯 말이다. 울릉도 섬의 아름다운 풍경과 <선덕여왕>에서 어린 덕만을 연기한 남지현의 듣기 편한 내레이션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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