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개의 파네토네 영화가 이탈리아 관객의 웃음몰이에 나섰다. 파네토네 영화는 크리스마스 전통 디저트인 파네토네를 먹는 시기에 개봉하는 영화를 말한다. 대체로 예술성, 작품성과는 거리가 멀고 웃는 것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영화들이다. 관객을 웃긴다는 목적이 뚜렷한 파네토네 영화는 거친 성적 표현의 위험도 무릅쓴다. 지난해 12월 개봉해 1월 말까지 상영되는 파네토네 영화들은 한편만으로도 1년치 수익을 거둬들인다. 이탈리아 영화역사상 이해할 수 없는 가장 오래된 아이러니라고나 할까. 요즘 파네토네 영화치고는 느지막이 개봉한 <나와 마릴린 먼로>(Io & Marilyn)가 다른 파네토네 영화인 <베벌리힐스의 크리스마스>를 따라잡기 시작했다. 가벼움의 전략가로 불리는 레오나르도 피에라초니 감독의 아홉 번째 영화다. 이 영화를 보고 나오는 초등학교 교사 레지나 카셸라(58)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영화관에 혼자 앉아 있더라. =나를 관찰했단 말인가…?
-아니다. 영화관을 둘러보다 보니 혼자 있어 눈에 띄었다. =아 그랬나. 내 아들 여자친구와 조카와 함께 왔다. 조카가 이제 7살이다. 조카가 만화영화를 보고 싶다고 해서 내 아들의 여자친구와 같이 만화영화를 보고, 나는 웃고 싶은 마음에 코믹영화를 선택했다.
-그래서 많이 웃었나. =많이 웃었다. 요새 잠 못 이루는 날이 많았다. 지난해 말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리고 어머니도 많이 편찬으시다. 병간호하다보니 마음에 여유도 없고 시간도 없고 겨울은 길고…. 가볍게 웃을 수 있어 좋았다. 내가 어릴 적에는 매년 이맘때면 엄마, 아빠 손 잡고 영화관에 왔었는데…. 오늘은 마녀가 달콤한 설탕과자를 주는 대신 악귀를 몰아가는 ‘베파나’ 날이다. 이날은 으레 부모들이 아이들 손잡고 영화관에 간다. 새해 첫 영화를 보는 날이다. 매일 빵을 먹듯이 매해 영화를 보는 날이다. 적어도 내가 어릴 적에는 그랬다. 지금에야 영화가 자주 나오니 아무때나 가지만 말이다.
-어릴 때 이탈리아 영화관은 어땠나. =아주 좋았다. 내가 어릴 때니까 60년대를 말한다. 그 당시는 프리미어 상영, 세컨드 상영, 예배당 상영이 있었다. 프리미어 상영은 가격이 비싼 반면에 방금 나온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세컨드 상영은 프리미어 상영 기간이 지난 시기에 재상영하는 영화를 말한다. 프리미어보다는 가격이 쌌다. 내가 주로 이용한 영화관은 예배당 영화관이다. 이탈리아는 가톨릭 국가이지 않나? 매주 일요일 9시에 성당에 가서 예배를 드리고 나면 아이들은 우르르 성당 부속건물인 예배당 영화관으로 몰려가서 영화를 보고는 했다.
-예배당 영화관이라는 말이 생소하다. =대부분의 성당에 영화관이 있었다. 예배당 영화관은 공짜였고 간식까지 챙겨주곤 했다. 영화관은 1층과 갤러리가 있었는데 1층은 남자아이들만 앉고 갤러리는 여자 아이들만 앉도록 했다. 그 시기는 여학교, 남학교가 구분되어 있었으므로 당연히 영화관도 달리 앉도록 했다. 먹다 남은 간식을 아래층으로 던지기도 하고, 말썽꾸러기였었다.
-레오나르도 피에라초니 감독을 알고 왔나. =<치클로네>(Ciclone) 하면 이탈리아 사람치고 모르는 사람이 없다. 나이가 들어도 늙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삶의 고달픔이나 고독과는 거리가 먼 것 같은 그런 사람들. 이탈리아에서 이런 사람들을 ‘밤비노니’라고 부른다. 피에라초네도 그런 부류에 속한다. 같은 주제를 가지고 영화를 만들어도 절대 무겁거나 절박하지 않다.
-<나와 마릴린 먼로>라…. =무척 길고 외로울 것 같은 이별이라는 주제를 코믹하고 위트있게 풀어간다. 구성도 이만하면 탄탄하다. 이 영화에서 인상적이었던 말은 ‘과거를 되돌이킬 수는 없다’였다. 나에게는 의미심장한 말이었다.
-<치클로네>(Ciclone)만큼 흥미있었나. =재미있었다. 마음을 비우고 웃을 수 있어 좋았다. 마릴린 먼로는 여성이든 남성이든 모두 좋아한 섹스심벌이다. 내 남동생은 오십을 바라보고 있다. 아직도 방에 마릴린 먼로 사진이 걸려 있다. 과거, 현재를 초월한 인물 아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