헥. 사람 노릇, 아니 어른 노릇하기 힘들다. 설을 보내고 주머니가 홀쭉해졌다. 졸업·입학 시즌과 겹치니 까만 콩 같은 조카들 눈을 맞추느라…. 상대적으로 애를 늦게 낳은 탓에 수지도 안 맞는다(심지어 우리집 딸내미는 지폐보다 동전을 더 선호하신다는. 끙).
OECD 국가 중 최장 노동시간을 자랑하는 게 쪽팔리다는 걸 이제야 알았는지 노동부가 ‘근로시간 단축 기본계획’을 마련한단다. 내용을 보니 외국 사례를 살피고 휴가를 왜 잘 안 쓰는지 등에 대한 연구를 한다는 그저그런 홍보이다(하하하. 정말 몰라서 이러시나. 빨랑 대체공휴일법이나 통과시키세요). 연휴 끝에 유독 꾸물대는 애를 꼬이느라 “오늘은 일등으로 어린이집 가보자”고 했는데, 돌아온 답이 “왜?”였다. 말문이 막혔다. 은연중에 일등은 좋은 것이라는 분위기를 풍기며 살고 있는 것이다. 사실 애도 얼마나 출근하기 싫을까.
퇴근도 휴일도 주말도 없는 중노동에 학습노동이 빠지면 안된다. 중딩, 고딩들도 명절 후유증을 앓는다. 직계가족이 아닌 어설픈 방계가족일수록(아이의 깜냥이나 캐릭을 전혀 모르는 집안 어른들) 다짜고짜 “너 몇등 하니?” “아무개처럼 좋은 대학 가야지” 등등 염장을 지른다. 그나마 명절이라고 부모 따라 나선 애들은 교과서에 나오는 가족 사랑을 실천하는 셈이다. 중3, 고3에 올라가는 학습노동자들 알현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 노부모에게 생계형 용돈조차 건네지 않거나 못하는 이유 중의 으뜸도 ‘애들 학원비’이고 애가 유명고나 유명대에 진학했다면 “잘 키웠다”는 덕담을 (역시 그 어설픈 방계가족에게) 듣는다. 아이들의 성적(정확히는 진학)은 어느 틈에 신념이자 종교이자 보험으로 자리잡았다. 형제자매 셋 안팎의 유자녀 기혼자라면 이 트렌드를 잘 알 것이다. 집값이 사라진 자리를 채운 이 허무하고도 알알한 이슈. 이승훈 선수식 표현대로 집값이 옛사랑이라면 애들 교육은 첫사랑인 거니?
우씨, 차라리 정치 얘기가 더 나았어. 노무현 때가 좋았어. 명절이 명절다웠지. 쳇. 기분 나쁘니 이만 캠페인성 슬로건으로 마무리하련다. 지방선거에 교육감선거가 세트로 묶인 걸 의외로 모르시더라. “집값으로 망친 선거 교육으로 바로잡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