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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 가라사대, 역시 힘들더군
주성철 2010-02-16

주윤발이 들려주는 <공자: 춘추전국시대> 촬영 에피소드

-공자를 연기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어떤 준비를 했나. =처음엔 공자라는 인물을 맡는 것에 부담을 많이 느꼈다. 중국을 대표하는 인물인데 그를 왜곡해선 안된다고 생각했다. 공자의 삶을 다룬 책을 읽은 게 도움이 됐지만, 시나리오를 받은 뒤 제작진과 공자에 대해서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게 오히려 더 도움이 많이 됐다. 그리고 나 스스로도 공자가 돼보려고 노력했다. 공자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어떤 감정을 가졌을까, 하면서. 당시처럼 무릎을 꿇고 앉고, 두손을 모아 인사를 하면서 춘추시대의 공자에 빠져들었다. 또 표준어 공부도 열심히 했다. 공자가 광둥어를 쓸 순 없지 않은가.

-중국인들에게 공자란 어떤 존재일까? 지금 중국의 상황에 비춰볼 때 어떤 의미를 갖는 인물이라고 보나. =어렵지만 중요한 질문이다. 현대 중국인들에게 공자는 그 중요성을 잃어가고 있는 존재다. 요즘은 학교에서도 예전만큼 공자에 관해 가르치지 않는다고 들었다. 중국은 급성장을 이뤄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정부도 해결하지 못하는 많은 문제도 함께 커져가고 있다. 만약 공자라는 인물이 현대에 있다면 정신적인 성장을 이루는 데 큰 도움이 됐을 것 같다.

-최근 중국 대작영화들을 보면 액션, 전쟁신을 강조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영화 속 공자도 궁술과 병법에 능한데 실제는 어떤가. =감독님에게 듣기로 공자는 활을 굉장히 잘 쏘고 마차를 모는 실력도 수준급이었다고 들었다. 영화에도 이런 부분이 많이 반영됐다. 내가 멋지게 활 쏘는 장면을 보지 못했나? 공자는 <와호장룡>의 무사처럼 무예가 뛰어난 인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하루 종일 책만 읽는 학자도 아니었다. 우리는 공자의 진짜 모습을 담아내려 했다.

-당신이 공자의 어떤 부분을 가장 존경하나. =8개월을 공자로 지내다 보니 공자에게 많은 것을 배웠고 그의 모든 것을 존경하게 됐다. 한 가지를 선택하라면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알았다는 것이다. 매우 중요한 자세라고 생각한다.

-공자가 왜 노나라를 떠나 떠돌이의 삶을 살았다고 생각하나. =꿈을 추구하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공자는 커다란 꿈을 가진 사람이었고 어디에선가 자신의 꿈을 이룰 곳이 있다고 생각했을 거다. 떠돌이 세월은 힘들고 괴로웠겠지만 공자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런 행동은 마음속에 매우 강한 신념이 있어야 가능한데, 이런 모습에서도 공자의 매력이 드러난다.

-유명한 공자의 격언과 경구들을 직접 대사로 말할 때 어려운 점은 없었나. =무척 어려웠다. 표준어가 서툰데다가 어려운 대사를 해야 해서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서 대사를 항상 외우고 다녔다. 스탭들은 대사를 중얼거리고 있는 나를 보고 마치 ‘고장난 레코드 같다’고 놀리기도 했다. (웃음)

-공자가 보여주는 대인으로서의 풍모와 인간적 면모는 당신이 과거 <영웅본색> <첩혈쌍웅> <감옥풍운> 같은 홍콩영화 속에서 연기한 캐릭터들과 유사하다는 생각도 든다. =모두 공자의 가르침을 받은 인물들이어서 그런 게 아닐까. (웃음) 물론 내가 연기했던 캐릭터들의 모습에서 그런 공통점을 발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총을 쥐고 있지 않은 ‘공자’만의 매력을 찾을 수 있을 거다.

-<공자>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이 있다면. =공자가 칠사궁이라는 노예의 목숨을 구해내는 장면이다. 많은 신하들이 옛 악습을 따라 어린아이를 죽여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공자는 이를 물리치고 소중한 생명을 구한다. 공자의 따스한 마음이 느껴지는 장면이다. 또 공자가 오랜 세월의 방랑을 끝내고 노나라로 다시 돌아오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그 장면을 찍을 땐 마치 아주 오래전 떠난 집으로 돌아오는 기분이 들어 감격스러웠다.

-공자에게 노나라의 의미를, 당신에게 있어 홍콩으로 바꿔서 생각해도 될까. =물론이다. 홍콩을 빼놓고 나를 설명할 수 없다. 소중한 추억과 인연이 남아 있는 곳이다.

-여전히 한국의 많은 팬들은 총을 든 당신의 모습을 그리워하고, 또한 그런 현대물을 언제쯤 볼 수 있을지 기대하고 있다. =많은 한국 팬들이 나를 그리워해준다니 매우 감사하다. 얼마 전 오우삼 감독과는 아쉽게 <적벽대전>을 함께하지 못했지만 그런 기회는 반드시 또 찾아올 것이라고 믿고 기다리고 있다. 가끔씩 80, 90년대 홍콩에서 열정적으로 영화 촬영할 때를 생각하고 추억에 젖곤 한다. 많이 힘들었지만 많은 친구를 얻었고, 그때의 소중한 추억은 여전히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다. 기회는 늘 열려 있으니까 좋은 소식을 기다려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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