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미국 소도시의 대학교수 파커(리처드 기어)는 퇴근길 기차역 플랫폼에서 길을 잃은 일본산 아키타견 강아지를 발견한다. 아내(조앤 앨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파커는 강아지에게 하치라는 이름을 주고 키우기로 결심한다. 하치는 매일 아침 출퇴근하는 주인을 따라 기차역에 나가지만 파커는 수업 중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다. 그러나 하치는 오지 않는 주인을 기다리기 위해 매일 기차역으로 마중을 나가고, 그렇게 10년이 흐른다.
<하치이야기>는 87년작 일본영화 <하치이야기>(宮澤賢治-その愛-)로 잘 알려진 일본의 충견 ‘하치코’ 이야기의 할리우드 버전이다. 하치코는 도쿄대 교수 히데사무로 우에노가 사망하고 나서도 10년 동안 시부야역에서 주인을 기다린 것으로 유명한 아키타견이다. 지금도 시부야역에는 하치코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문제는 너무나도 일본적인 충견 이야기를 어떻게 할리우드식으로 각색하느냐다. 미국 소도시를 배경으로 아키타견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야 했던 제작진은 결국 일본산 견종을 동양의 미스터리로 포장하는 무리수를 둔다. 주인공 파커는 일본 검도를 배우는 일본광이며, 일본계 배우 캐리-히로유키 다가와는 “아키타견은 절대로 공을 물어오지 않아. 그런 걸 원한다면 스파니엘을 키우게”라고 말한다. 스파니엘 주인들이 들으면 속이 뒤집힐 일이다. 그외에도 사무라이도와 아키타견을 하나로 묶어보려는 시도들이 너무 순진한 나머지 종종 웃기기도 한다.
문제는 원전처럼 눈물을 쏙 빼는 애견영화로서의 가치다. 할리우드판 <하치이야기>는 한국영화 <마음이…>에 버금가는 ‘개 수난극’이다. 파커의 부인은 십년 만에 찾아와 하치를 딱 한번 안아주고는 돌아가버리고, 역 주변 사람들은 낡은 기차 밑에서 굶주리며 비를 피하는 하치를 위해 보금자리를 만들어줄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무려 10년 동안 가련한 개를 지켜보면서도 말이다. 하치의 기사가 신문에 나도 동물보호단체의 방문조차 이루어지지 않는다. 종종 제작진을 향해 ‘제발 정신차려! 무대는 30년대 일본이 아니라 현대 미국이야!’라고 외치고 싶을 지경이다.
미국에서 <하치이야기>는 극장 개봉 없이 DVD로 직행했다. 신도 가네코와 소니픽처스도 이걸 미국에서 개봉했다간 뭔 소릴 들을지 잘 알고 있었을 게 틀림없다. 참. 감독은 라세 할스트롬이다. 그의 출세작은 <개 같은 내 인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