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투병 생활에 지친 줄리아(캐롤 부케)는 퀘벡으로 떠나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다. 두딸에게 작별인사를 마치고 공항에 도착한 그녀는 공항 서점에서 우연히 왕년의 인기 작가 앙리(피에르 아르디티)를 만나 얘기를 나누게 된다. 백마 탄 왕자님을 기다리던 릴라(안느 마리빈)는 공항에서 운명의 남자를 발견한다. 첫사랑 막스(미셸 롱스달)와의 만남을 고대하는 파니(모니크 쇼메트)는 늙어버린 자신의 모습에 막스가 실망할까봐 걱정이다. 한편 막스는 파니를 마중나온 공항에서 아랍인으로 오해받는다.
공항이 상기하는 정서는 설렘이다. 이곳은 여기가 아닌 어딘가로 떠나려는 사람 외에도 지금의 내가 아닌 다른 삶을 살아보고자 하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유 윌 미스 미>의 등장인물들 역시 현재의 삶을 내려놓고 떠나려 한다. 항암치료가 지긋지긋한 줄리아는 자기만의 방식대로 생을 마감하길 원한다. 아이들을 가르치던 릴라는 이제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고자 한다. 노년의 파니는 첫사랑을 만나 평생 동안 채워지지 않던 공허감을 해소하려 한다. 다만 이들의 마음속은 설렘 대신 혼란으로 가득 차 있다. 변화를 꿈꾸지만, 자신이 진정 변할 수 있을지조차 스스로 확신하지 못한다. 때문에 이 영화를 가득 채우는 정서는 자신에 대한 불신과 싸우는 자들의 외로움이다. <유 윌 미스 미>가 옴니버스로 구성된 여타의 로맨틱코미디와 차별화되는 지점도 바로 이런 부분일 것이다.
줄거리 자체는 새롭지 않다. 이런 종류의 영화들이 너무 자주 개봉한 탓이겠지만 줄리아와 릴라, 파니가 마음의 동반자를 만나 맺는 결말은 대부분 예정된 수순을 밟는다. 그녀들의 파트너들 역시 짐작 가능하게 움직인다. 글이 안 써지는 신경질적인 작가가 죽어가는 암환자를 만났을 때, 영특한 딸 하나를 둔 싱글대디가 운명적인 사랑을 꿈꾸는 아가씨를 만났을 때, 결혼식 전날에서야 진정 사랑하는 여자를 만난 남자가 백발 노인이 되어 그 여자를 다시 만났을 때…. 어떤 일들이 일어나게 될지 눈에 선하지 않은가. 오히려 인상적인 건 평면적인 줄거리 사이로 언뜻언뜻 스쳐지나가는 장면들이다. 같은 날 같은 시간에 똑같은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고도 참 다르게 살아가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훑는 장면이나, 냉전기류에 있던 줄리아의 두딸이 라디오에 흐르는 노래를 따라부르다가 전혀 논리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화해하는 장면 등이 인상적이다. 이야기와는 별개로 삶은 어떻게든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주는 장면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