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기간산업과 주식이 정어리인 섬마을 꿀꺽퐁당. 과학자 플린트(빌 하더)는 물을 음식으로 변환하는 슈퍼음식복제기를 발명한다. 실험 도중 기계가 하늘로 날아가버리는 사고가 벌어지며 플린트는 마을의 비난을 동시에 받지만, 갑자기 공중의 음식복제기가 치즈버거 비를 내리기 시작한다. 플린트는 마을 사람들의 요청에 따라 매일매일 다른 음식들을 내리게 만들고 기상 캐스터인 샘(안나 패리스)과 연애를 시작하지만, 식탐 많은 시장이 기계를 고장내면서 작은 도시만한 음식들이 전세계를 초토화할 위기에 처하게 된다.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은 1978년 초판 발행 이후 100만부 이상 판매된 동명의 그림책이 원작이다. 물론 아동용으로 만들어진 그림책과 애니메이션의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소니픽처스에서 제작한 이 CG(그리고 3D)애니메이션은 하루 세번 음식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마을이라는 소재에 제리 루이스 스타일의 ‘미치광이 과학자’ 이야기를 더했다.
무엇보다 눈에 확 들어오는 건 프로덕션디자인의 완성도다.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의 디자인은 전반적으로 50년대 복고풍이다. 그 옛날 한나 바버라 스튜디오 스타일을 재해석한 듯한 캐릭터와 배경은 굉장히 세련된 느낌을 준다. 스타급 배우들의 목소리를 수천만달러에 구입하지 않고 SNL 출신의 빌 하더, 싸구려 코미디의 여왕 안나 패리스, <이블 데드>의 브루스 캠벨, 제임스 칸 등 성격파 배우들에게 목소리를 맡긴 것도 훌륭한 선택이다. 덕분에 캐릭터들은 결코 스타파워에 희생되지 않은 채 생생한 개성을 품는다.
1억달러짜리 애니메이션인 만큼 후반부는 작정한 듯한 스펙터클을 보여주는데, 세계 명승지에 각국을 대표하는 거대 음식이 추락하는 장면은 롤랜드 에머리히 영화에 대한 재미난 오마주라고 할 수 있겠다. 아이들이 환장할 컨셉의 영화지만 성인들만 알아차리고 낄낄거릴 만한 풍자도 곳곳에 숨어 있다. 이를테면, 런던에만 음식 대신 피시 앤드 칩스 튀긴 기름을 쏟아붓거나, 과테말라에서 온 현직 카메라맨을 통해 이민자 문제를 슬쩍 건드리는 식이다. 꼼꼼하게 들어찬 풍자 덕분에 ‘아버지와 아들의 재결합’을 강조하는 마지막 장면에서도 느끼하게 혀에 들러붙는 감상주의가 없다.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은 소니픽처스가 <부그와 엘리엇>(2006), <서핑업>(2007) 이후 세 번째로 내놓은 CG애니메이션이다. 차원이 다른 픽사는 예외로 두고, 드림웍스와 블루스카이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이 속편 우려먹기로 점점 진부해지는 지금, 소니픽처스는 독창적인 프로덕션디자인과 성인 취향의 세련된 유머감각을 통해 CG애니메이션계 4강으로 성장할 만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은 픽사의 <업>에 이어 지난해 할리우드가 내놓은 가장 근사한 CG애니메이션이다.
그나저나 꼭 식사 뒤에 보길 권한다. 패스트푸드와 과식의 폐해를 따져묻는 애니메이션이긴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근처 햄버거 가게로 달려가고 싶어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