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명: <시민 케인> 관람자: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신문, 메트로, 그리고 삼성
영화사상 최고의 걸작 <시민 케인>의 불운을 더듬어본다. 권력 지향적이고 난폭한 주인공 찰스 케인은 당시 무소불위의 언론 재벌 랜돌프 허스트를 모델로 했다. 격노한 허스트는 온갖 매체에 <시민 케인> 기사가 실리는 걸 일체 금했다. 허스트에게 로비당한 영화사 MGM 사장은 <시민 케인> 제작사 RKO쪽에 80만달러 이상을 제시하며, 이 영화의 모든 프린트와 네거티브 필름까지 불태워버리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싸움의 결과는 처참했다. <시민 케인>은 흥행에 실패했고, 야심만만한 천재 오슨 웰스는 오랫동안 좌절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시민 케인>은 그때 이후 지금까지, 영화사상 최고의 걸작 지위에서 내려선 적이 없다. 권력의 협박과 자본과 ‘몽니’로도 어찌할 수 없는 결과였다.
거대그룹 삼성이 지배하는 나라, 라는 표현을 쓰는 것조차 두렵다. 그렇게 호명함으로써 ‘~일 수도 있다’가 ‘이다’로 바뀌는 상황이 얼마나 잦은가. 2007년 삼성그룹의 비자금과 로비를 폭로했고 그 답례로 상상을 초월한 고난을 겪어야 했던 삼성 전직 법무팀장 김용철 변호사가 책을 썼다. <삼성을 생각한다>(사회평론 펴냄).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신문, 메트로 등에서는 <삼성을 생각한다>의 광고 게재를 거부했다고 한다. 거부의 이유도 밝히고 있지 않다. 그러나 광고 없이도 책은 잘 팔리고 있다. 이걸 두고 기쁘고 다행스럽다고 자위해야 한다는 게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