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을 마친 조희문 위원장이 미디액트 수강생들의 질문공세를 받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조희문)가 2월1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1월25일 영상미디어센터, 독립영화전용관 운영자를 발표(740호 포커스 ‘정치 아닌 심사기준은 무엇입니까’ 참조)한 지 불과 1주일 만이다. 한국독립영화협회가 지적했듯이 영진위의 ‘긴급’ 대응은 이례적이다. (사)시민영상문화기구, (사)한국다양성영화발전협의회가 해당사업 운영자로 각각 선정되자 비난 여론이 급등한 것이 영진위를 서두르게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준비가 부족했던 모양이다. 조 위원장의 해명은 신통치 않았고, 영진위 기자회견은 외려 불을 댕긴 격이 됐다.
먼저 공모에서 탈락한 한국영상미디어교육협회와 한독협의 관계. 조 위원장은 한국영상미디어교육협회가 “기존의 미디액트 운영에 대한 전문성과 성과 등을 언급한다면” 이는 한독협과 연관된 것이므로 공모 자격 자체가 없다고 했다. 그는 한독협이 지난해 감사원 감사 결과 “위원회 보조금을 부적절하게 사용했”으며, “앞으로 한독협은 영진위 지원에서 일정한 제재를 받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한국영상미디어교육협회가 “한독협과 무관한 단체라면 지난해 10월29일 법인 설립한 신생단체”이므로 시민영상문화기구와 다를 바 없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조 위원장의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미디액트 운영진은 한독협 회원”이니 ‘한독협=미디액트’라는 조 위원장의 논리는 해괴하기까지 하다. “영진위 위원장은 한국문화미래포럼 회원”이니 “영진위=한국문화미래포럼”이라고 말하면 조 위원장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동안 영상미디어센터를 운영해왔던 미디액트 관계자들은 조직을 강화해 지난해 한국영상미디어교육협회라는 새 법인을 만들었고 공모에 응했다. 영진위가 이를 모를 리 없다. 조 위원장의 말대로라면 결국 한독협과 한국영상미디어교육협회는 한통속인데, 공모 접수는 도대체 왜 받아들였는지 이해할 수 없다. 한독협에 따르면, 조 위원장은 미디액트에 “잘 준비해서 공모에 참여하라”고 독려하기까지 했다.
심사 과정에 대한 설명도 설득력이 없다. 심사위원 최종 구성 시점을 묻자 조 위원장은 “심사 전날에 마무리했다”고 답했다. “심사위원들이 해당 사업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아니냐”고 하자 “해당 분야에 대한 이해가 충분한 전문가들을 섭외하는 것이므로 별 문제 없다”고 말했다. 재공모 심사를 맡은 이들은 정초신(감독, 영진위 위원), 육정학(영남외대 교수), 복환모(호남대 교수), 김시무(영화평론가), 이승환(목원대 교수) 등 5인이다. 조 위원장은 “심사 내용을 자세히 밝힐 수 없으며”, 영상미디어센터 운영에 차질이 있을 경우 책임을 지겠냐고 질문하자 “위탁사업자 선정 시에 반영하면 책임을 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간단하게 넘어갈 사안은 아닌 것 같다. 최문순 의원실은 2월4일 보도자료를 내, 한국다양성영화발전협의회는 1차 공모 때 264점을 얻어 4업체 중 3위를 기록했으나 2차 공모에서 “유사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도 최고 점수를 받았다”고 밝혔다. 시민영상문화기구 또한 1차 공모에서 242점을 얻어 꼴찌를 기록한 “한국문화미래포럼의 똑같은 사업계획서에 중기계획안 4쪽만을 추가해 사업권을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2차 심사 결과는 1차 심사위원들의 비전문성에서 비롯된 것일까. 시민영상문화기구는 어떻게 한국문화미래포럼의 사업계획서를 입수한 것일까. 한 지붕 두 가족인가. 의혹은 점점 커져가는데 영진위와 조 위원장은 언제까지 ‘모르쇠’할 것인가.
ps. 영진위가 직원들의 이메일을 뒤져서라도 내부 기밀을 외부에 빼돌리는 자를 색출하겠다는 소문을 들었다. 프락치 찾을 생각 말고 영화 진흥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