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이름, 낯선 얼굴이라 생각하겠지만 윤희석은 다방면에서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내공을 쌓아온 배우다. 뮤지컬 <록키 호러 픽처쇼> <그리스> <헤드윅>, 드라마 <우리들의 조용필님> <달콤한 나의 도시>, 영화 <오래된 정원> <뜨거운 것이 좋아> 그리고 <의형제>까지,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듯 페이스를 조절하며 열심히 달려왔다. 아니 달리고 있다. 촬영을 마치고 개봉 대기 중인 김종관 감독의 <조금 더 가까이>, 양영철 감독의 <봉계신문>, 정성일 감독의 <카페 느와르>(카메오로 출연)까지 더하면 그가 얼마나 부지런한 배우인지 알 수 있다. ‘뮤지컬계의 장동건’이라는 닉네임이 생겼을 만큼 주목받는 그이지만 배역의 비중에 상관없이 “힘들어도 고민 자체가 즐거운” 작품이면 기꺼이 몸을 던진다.
<의형제> 또한 그랬다. <의형제>에서 윤희석이 맡은 역할은 송지원(강동원)과 함께 작전을 수행하는 남파 공작원 손태순이다. 애초 장훈 감독은 그에게 다른 캐릭터를 제안했다. “손태순보다 분량이 많은 역이었는데 대본을 보니 태순에게 끌렸어요. 짧지만 의미가 있고, 작품의 흐름상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인물이잖아요.” 하지만 <의형제>는 이한규(송강호)와 송지원(강동원) 두 인물의 이야기로 타이트하게 진행되는 영화다. 태순이라는 인물이 캐릭터 자체로 빛을 내기에는 힘든 구석이 있다. 그럼에도 그가 <의형제>를 선택한 이유는 뭘까. “작품을 할 때마다 목표를 하나씩 세워요. 감독이 좋거나, 드라마가 좋거나, 좋아하는 선배나 모델이 있거나, 돈을 많이 주거나. 하하하. 그중에 하나만 충족돼도 좋아요. <의형제>에선 송강호 선배님과 마주 보고 연기할 수 있다는 게 제게 큰 기회라 생각했어요.”
<뜨거운 것이 좋아>에서 이미 이미숙의 파트너로 열연했으면서 송강호와의 만남에 ‘가슴이 떨렸다’고 고백하는 윤희석은 초심을 잘 간직한 배우 같았다. 강동원과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을 촬영하다 갈비뼈에 금이 가는 부상을 당했는데도 병원에서 치료만 받고 곧바로 현장으로 돌아가 재촬영을 할 정도로 맡은 바 최선을 다한다. “그날 못 찍으면 다음에 또 찍어야 하니까요.” 타인에 대한 배려인지, 스스로의 욕심인지, 책임감인지, 미련함인지 모르겠지만 윤희석이 엄살떨지 않는 배우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