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힘일까, 종교의 힘일까. <소명>과 <위대한 침묵>에 이어 <회복>까지 예상치 못한 흥행성적을 기록하자 종교영화의 틈새시장이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4월에 개봉한 <소명>의 경우, 단관개봉으로 출발해 상영관을 늘려가며 4개월 동안 약 1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지난해 12월에 개봉한 <위대한 침묵>은 가히 종교계의 <아바타>라 할 수 있을 정도다. 지난 1월17일, 총관객 수 5만명을 넘어선 <위대한 침묵>은 1월26일까지 6만7천여명의 관객동원 기록을 세웠다. 수입사인 영화사 진진의 장선영 팀장은 “2, 3주 정도 상영은 예상했지만, 이 정도로 많은 관객이 찾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1월14일, 씨너스 명동에서 단관으로 개봉한 <회복>도 1월24일까지 약 8천명의 관객이 관람했다. 평일에도 하루에 약 1천명의 관객이 다녀간 것으로 봐야 하는 수치다.
사실 종교영화 시장은 절대적인 수치가 낮을 뿐 상당히 안정화된 시장이다. 영화예매 사이트인 맥스무비의 김형호 팀장은 “일단 자발적인 관람 의지가 강한 고정 관객층의 단체관람 성향이 강하다”고 말한다. 물론 종교영화 시장은 기독교 관련 영화에 한정되어 있다고 보는 게 맞다. 지난 2004년에 개봉한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전세계적인 기독교인의 관람 열풍은 한국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었다(더 거셌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단체관람은 물론이고, 극장 한관을 대관해서 관람하겠다는 교회도 상당했다. 당연히 입소문도 고정 팬들을 통해서 퍼져나가게 마련이다. 지난 2008년 3월에 개봉한 <어메이징 그레이스>의 시사회는 관객의 기도로 시작했다. 아예 첫 시사회를 서울 지역 교회에 재직 중인 장로, 전도사들과 함께했고 이후 온누리교회에서 대규모 시사를 가졌기 때문이다.
만약 극장에서 수익이 나지 않을 경우, 교회를 비롯한 여러 종교단체에서 순회상영을 하면 일정 수익을 보전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2008년 12월에 개봉한 <신과 나눈 이야기>가 그런 경우였다. 업계 관계자들은 일반적으로 교회 한곳당 얻는 수익이 적게는 30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 정도라고 말한다. 이때도 기독교 관련 영화가 다른 종교영화에 비해 더 유리하다.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교회들은 디지털 영사기나 베타 테이프로 상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수도원의 생활을 그린 <위대한 침묵>은 성당쪽에서 상영해 달라는 요청이 없다고 한다. 일반 성당의 구조상 미사 외의 행사를 진행하기가 어려운 까닭이다. <회복>의 경우는, 상영요청이 쇄도하고 있지만 디지털시네마로 제작된 영화의 화질을 일반 교회에서는 구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찾고 있는 중이다.
김형호 팀장은 “종교영화여도 종교적 색채가 강하지 않은 작품들이 장기상영으로 이어지는 추세가 강하다”고 말했다. 별다른 대사없이 수도원의 생활을 고즈넉이 담은 덕분에 스님들과 기독교 신자들도 찾고 있다는 <위대한 침묵>이 적절한 예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만약 불교 관련 영화나 또 다른 천주교 관련 영화가 나온다면 어떨까. 과거 주경중 감독의 <동숭>(2002)과 올리비아 허시 주연의 <마더 테레사>(2003)가 관련 신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걸 보면 전망이 어둡기만 한 건 아니다. 다만, 거의 제작되지 않을 뿐이다. 한 영화제작자는 농담처럼 말한다. “제작된다고 해도 종교적 믿음을 강조하기보다는 금기를 깨는 드라마적인 설정으로 쓰이는 편인 것 같다. 기독교 관련 영화는 흥행하고, 불교와 천주교 관련 영화는 주로 영화제의 사랑을 받는 이유가 그 때문이 아닐까?” 종교영화 시장에서는 종교의 힘이 곧 영화의 힘인 듯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