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협찬 때문이었구나. 지난 연말 어느 저녁 텔레비전에 지글지글 맛있어 보이는 고기가 나오기에 침 흘리며 유심히 보았다. 시종 수입 쇠고기는 안전하고 깨끗하다는 멘트로 일관했는데 대체 왜 안전하고 깨끗하다는 건지는 끝내 말해주지 않았다. 화면 가득 맛있는 장면과 통관 절차만 보여줬을 뿐. 무슨 실험 결과 안전하다거나 어떤 검사를 해보니 깨끗하다거나 하다못해 검역 과정에 새 기술이 도입됐다거나 하는 그렇고 그런 정보 하나 등장하지 않았다. 명색이 과학 프로그램에서 말이다. 알고보니 정부 협찬으로 제작한 꼭지란다. 한우도 아니고 수입 쇠고기 홍보에 나랏돈 쓰이는 것도 거시기하지만 아휴, 촌스러. 제작진은 얼마나 짜증났을까(나 한때 협찬 받아본 여자야~).
하여간 올겨울 ‘윈터 이슈’들은 하나같이 후지고 구리다. 대통령 딸과 손녀의 해외순방 동행 뉴스와 뒤늦은 청와대의 허둥지둥 해명은 ‘소심한 듯 다크한’ 이 정부 패션의 화룡점정이랄까. 자비로 부담할 것이라 하지만 대체 ‘사후 정산’을 어떻게 해. 대통령 특별기 좌석값이 정해진 것도 아니고 인도 정부에서 이들에게 든 의전과 경호 등 비용을 청구할 리도 만무하잖아. 게다가 부양가족이 아닌 가족을 외교 관례상 데리고 다니는지는 이번에 처음 알았네. 일찍이 성냥으로 속눈썹 말아올리고 급우들이 하이틴 로맨스에 열 올릴 때 고고하게 <논노>를 교과서 아래 깔고 보던 소녀 시절의 내 기준에 따르면, 패션은 단순한 옷차림이 아니다(비록 지금은 고무줄 바지로 연명하지만 나름 실용주의거든. 그리고 공식 행사장에는 이렇게 입고 가지 않는다. 더군다나 아버지의 영업장에는 절대로…). 말투와 제스처, 나아가 행동과 처신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정신과 세계관을 드러내는 키워드다.
정신세계가 그리 넓고 깊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돈으로 따지고 말끝마다 돈돈돈 하는 분을 일컬어 우리는 ‘업자’라 부른다. 4대강의 엄청난 미래 가치도 건설 붐과 이에 따른 땅값 상승으로만 계산하니까 이 사달이 난 거잖아. 오죽하면 돈 없는 학생들 돕겠다는 등록금 취업후상환제가 고리 대부업으로 전락했을까. 이런 사장님이 해외 출장에 가족 동행 협찬 좀 받은 걸 갖고 이렇게 파르르 하는 걸 보니 확실히 나는 소인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