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르토 볼라뇨라는 이름이 낯익다면, 당신은 (지금까지는) 한국에 출간된 그의 단 한권의 책 <아메리카의 나치 문학>(을유문화사 펴냄)을 발견한 눈썰미의 소유자일 것이다. “그의 죽음과 함께 전설이 시작되었다”, “세상을 불태워버리고 싶은 욕망을 절대 단념하지 않았던 얻어터지고 성난 낭만적인 악동”, “우디 앨런과 로트레아몽, 타란티노와 보르헤스를 섞어놓은 듯한 비범한 작가” 등의 찬사가 당연했던 작가, 로베르토 볼라뇨. 1953년 태어나 2003년 숨을 거둘 때까지 이른바 보편적인 전통에 침을 뱉는 모욕을 서슴지 않았던 아방가르드적 특성과 함께, 마지막 숨을 내쉴 때까지 예술에 자신을 헌신해야만 하는 사명을 띤 고전적 영웅의 모습을 겸비한 작가. 이제 곧 열린책들에서 나올 볼라뇨의 작품들에 앞서, 신간 예고 매체 성격을 띤 ‘buzzbook’(저자나 책에 대해 미리 귀띔해주는 책)으로 <볼라뇨, 로베르토 볼라뇨>가 나왔다. 스페인의 저명한 편집자 호르헤 에랄데, 멕시코 문학의 젊은 거장 호르헤 볼피 등이 쓴 볼라뇨 찬가(라기보다 우상 숭배에 가까운)들이 이 작가에 대한 호기심을 적잖이 부추긴다. 곧 출간될 볼라뇨의 작품들에 대해서도 한권 한권 비교적 세세한 서평을 그러모아놨다. 269페이지짜리다. 그런데 책값이 666원이다. “싼맛에 산다”고 함부로 말하지 마시길. <볼라뇨, 로베르토 볼라뇨>를 읽고 나면 볼라뇨 전집을 전부 사버리고 싶어질 테니까. 볼라뇨 본인이 썼듯, “시인이 뭔가에 사로잡히면 독자도 사로잡힐 수밖에 없다”. 그는 전염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