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은 한장의 사진에서 출발했다. 흑백에 여주인공 미니 원피스만 노란색으로 컬러 처리한 사진이다. 나중에 보니 이 뮤지컬의 메인 포스터에 사용된 컷이기도 하다. 견우와 직녀처럼 서로를 갈구하는 한쌍의 남녀를 못 만나게 방해라도 하는지 각각의 등 뒤에서 무리들이 남녀의 허리를 휘어잡고 잡아당긴다. 시선이 남자주인공의 애절한 표정에 멈추자 그들이 나에게 말을 거는 듯하다. ‘노래를 부르지 않는 뮤지컬’이란 홍보 문구에 갸우뚱했던 내 생각이 산산조각나는 순간이었다.
뮤지컬 <컨택트>는 모두 세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첫 에피소드는 낭만파 화가 프라고나르의 그림 <그네>에서 출발한다. 그림 속의 그녀를 빼닮은 여인이 그네를 타면서 귀족과 사랑놀이를 한다. 두 번째 이야기는 무뚝뚝한 남편을 둔 중년 부인의 한여름밤의 꿈이다. 세 번째 이야기는 이 뮤지컬의 제목이기도 하고 위에서 말한 사진에 해당하는 에피소드이다. 세편 모두 배경도 다르고 줄거리도 다르지만 주제는 모두 하나로 연결된다. 남녀간의 소통의 현장을 몸의 언어, 춤으로 풀어낸다는 것. 음악도 에피소드별로 컨템퍼러리 재즈, 클래식, 록과 스윙재즈로 다르게 꾸며졌다. 뮤지컬 <컨택트>는 일종의 댄스 퍼포먼스 같다.
이야기만 놓고 보면 첫 에피소드가 가장 참신하다. 낭만주의 시대 유럽 귀족의 방탕한 유희를 조롱하는 내용도 유머스럽고, 서커스를 방불케 하는 그네 위의 정사 묘사는 과감하고 짜릿하다. 그러나 가장 흥미로운 에피소드는 노란 원피스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세 번째 이야기다. 내가 본 공연에서는 노란 원피스를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주원이 입었다. 발레리나의 움직임은 그녀가 뭘 느끼는지 뭘 말하는지 동작 하나하나로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공연장을 나오면서 두 가지 생각을 했다. 하나는 올해 김주원이 출연하는 발레가 있다면 꼭 관람하기, 그리고 하나는 몽상. 이 뮤지컬에 간혹 들리는 배우들의 대사를 아예 없앤다면 어떨까 하는. 오리지널 연출·안무 크레딧에 수잔 스트로먼이란 이름이 입에 자꾸 붙는다. 찾아보니 영화 <프로듀서스>의 감독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