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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윈투어의 작업공간에 대한 기록 <셉템버 이슈>
이화정 2010-01-27

synopsis 패션 바이블 <보그>의 편집장이자, 전세계 패션계를 쥐고 흔드는 영향력있는 인물 안나 윈투어. 타고난 패션감각과 결단력있는 일처리방식으로 그녀는 20년간 미국 <보그>의 편집장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일에 대한 성과보다 그녀를 더 주목하게 만드는 것은 특유의 차가운 캐릭터다. <셉템버 이슈>는 ‘얼음공주’, ‘핵폭탄 윈투어’ 등의 별명으로 유명한 안나 윈투어의 작업공간에 대한 기록이다. 패션지의 꽃으로 불리는 9월호 제작과정을 통해 비공개된 패션지의 이면을 들여다본다.

매해 1천억달러의 가치를 창출하는 패션 비즈니스. 오로지 힘에 의해서 먹고 먹히는 정글의 세계. 그곳에서 20년 넘도록 한번도 정상의 자리를 놓친 적 없는 1인자. <셉템버 이슈>는 바로 이 무소불위의 권력자 안나 윈투어에서 출발한 다큐멘터리다. 빌 클린턴 대통령 후보 캠페인에 관한 다큐멘터리 <워 룸>의 프로듀서로 이름을 알린 R. J. 커틀러 감독은 이 엄청난 권력의 실체가 궁금했다. 입성이 까다로운 <보그>의 성역을 찍는 걸 허락받는 것 자체가 그에겐 이미 안나 윈투어의 영향력을 실감하게 해주는 사건이었다. 소설과 영화, 그녀가 동의하지 않은 그녀를 기술한 책들에서 나온 기이한 여성이 아닌 본연의 안나 윈투어를 드러내는 것이 다큐멘터리의 최대 목표지점이었다.

방법은 <보그> 9월호 제작과정을 담는 것으로 귀결된다. 신상이 쏟아지고 광고가 늘어나는 9월, 바로 패션지의 꽃으로 불리는 9월호를 만드는 풍광을 그림으로써 역으로 안나 윈투어의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담아내려는 것이다. 안나 윈투어와 협의하에 이루어진 이 스케치는 대략 성공적이다. 다큐멘터리 속, 오버하지 않고 차분하고 단호하게 일을 진행하는 안나 윈투어는 프라다를 입지만 악마는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며, 그녀가 유명 디자이너들의 작업실을 방문한 에피소드는 그녀가 패션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여실히 드러낸다.

정작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한다. 안나 윈투어를 따라가는 동안 이 다큐멘터리는 또 하나의 복병을 만난다. 안나 윈투어와 영국 <보그> 시절부터 지금까지 함께 일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그레이스 코딩턴은 애초 감독의 머릿속 시나리오에 없던 변수였다. 그런데 안나 윈투어와 정반대의 캐릭터로, 사사건건 그녀의 의견에 딴죽을 거는 이 노련하고 능숙한 디렉터는 촬영 9개월 동안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아버렸다. 안나 윈투어가 “그레이스와 대립각으로 몰고 가는 건 원치 않아요”라고 했다지만, 어쨌든 영화는 안나의 것이 아닌 감독의 것이었다. 결국 안나 윈투어를 보러갔다, 그레이스를 담고 오는 꼴이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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