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정혜(김윤진)는 남편을 살해한 죄로 교도소에 수감된 10년형 무기수다. 그녀는 교도소에서 아이 민우를 낳는다. 그녀의 방에는 한때 음대 교수였으나 살인죄로 사형수가 된 노부인(나문희)을 비롯해서 힘이 되어주는 동료 죄수들이 있다. 어느 날 정혜는 필리핀 교도소의 춤추는 재소자들 기사를 본 뒤 그녀가 있는 곳에 합창단을 만들 수 있게 해달라고 교도소장에게 청원한다. 정말 합창단이 결성된다.
우여곡절 끝에 여자 교도소에 합창단이 생긴다. 재소자 정혜의 아이디어다. 그녀는 합창단이 꾸려진다면 재소자들의 교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한다. 더불어 그 일이 잘되기만 한다면 자기에게도 특박을 달라고 부탁한다. 정혜는 아들 민우와 바깥바람을 쐴 희망에 부풀어 있다. 처음에는 분란만 일으키던 여재소자들이 하나둘씩 똘똘 뭉쳐 멋진 화음의 중창단이 된다. 믿어지지는 않아도 여기에는 악한 사람은 없고 잘못된 사람과 억울한 사람들만 있다. <하모니>는 신기한 이야기로 시작해서 감동적인 이야기로 전진한 다음 슬픈 이야기로 끝맺고자 한다.
신기하고 감동적이고 슬픈 이야기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어떻게 그것을 전달하느냐다. 그 점에서라면 <하모니>는 상투적 공산품에 해당하는 영화다. 이 자리에는 이것이, 저 자리에는 저것이 하나씩 합을 맞춰 들어가줘야 한다며 만든 티가 역력하다. <하모니>에서 몇몇 조연들의 대사는 웃음을 터뜨리게 한다. 특히 여재소자들이 합창단원이 되기 위해 오디션을 보는 장면은 다른 영화에서 수없이 본 장면의 되풀이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웃기다. <하모니>의 장점은 이렇게 그다지 고급스럽지 않게 포장된 웃음이다. 그러니 그것만으로 한번 악착같이 가보았다면 <하모니>는 상투적 공산품이 아니라 신기한 코미디영화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하모니>는 스스로의 영화적 화음을 다른 곳에서 찾는다. 교도소 재소자들 사이의 우정, 어머니와 자식들간의 사랑, 한 인간의 쓸쓸한 퇴장이다. 영화 스스로도 그다지 진실로 믿고 있는 것 같지 않은 공동체적 휴머니즘과 너무 많이 보아와서 쑥스러운 모성애와 마침내 피해가지 못할 결론처럼 내정된 인생의 마지막 지점. 하지만 그건 영화의 내적 요구가 아니라 노골적으로 관객의 숫자를 향해 있다. 어떤 상업영화는 이미 잘 알려진 상투성을 어떻게 잘 다듬는가에 성패가 달려 있다. <하모니>가 성취했어야 할 지점도 결국 그것이지만 이 영화는 그 지점에서 실패한 것 같다. <하모니>의 영화적 하모니는 좀더 풍성하게 고려되었어야 한다. 지금은 웃음과 눈물의 공식이 너무 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