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리의 극장가는 제목부터 연말을 겨냥한 듯한 쉬밋 아민 감독의 <로켓 싱: 올해의 세일즈맨>이 지난해 12월11일 개봉한 이래 선전 중이다. 샤루 칸 주연의 <Chak De>에서 안정감있는 호흡을 맞췄던 쉬밋 아민 감독과 시나리오의 자이딥 사흐니가 다시금 재회한 영화라는 점에서 평론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한편 신예 란비르 카푸르에게는 완벽한 시크교도 세일즈맨을 연기했다는 호평과 함께 신인 꼬리표를 떼어줄 영화가 될지도 모르겠다(게다가 란비르 카푸르는 시크교도가 아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가 12월18일 개봉하면서 <로켓 싱…>이 다소 주춤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인도 극장가에서 ‘야쉬 라즈 필름’의 브랜드 파워는 여전히 강력했다. 2010년 10월 인도에서 열리는 영연방경기대회를 앞두고 사방이 공사 중인 델리 시내 중심에 위치한 플라자 시네마에서 <로켓 싱…>을 보고 나오는 바이다브 싱 라토르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다.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이름은 바이다브 싱 라토르이고 올해 스물두살이다. 푸사대학에서 도시공학을 전공하고 있다.
-<로켓 싱…>을 보고 나오는 길이라고 했는데, 영화는 어땠나.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감동적인(?) 영화였다. (웃음) 남들 눈엔 코미디영화였을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공감이 가는 부분도 많았고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다.
-예를 들면. =주인공이 언제나 평균 이하의 대학생이었다는 점에서 일단 큰 공감이 갔다. (웃음) 졸업 뒤 세일즈맨을 꿈꾼다는 점에서는 주변의 여러 친구들을 보는 느낌이 들어 친근함을 느꼈고. 세일즈맨이 된 주인공이 좌충우돌을 거듭하다 자신의 세일즈 방식이 가진 문제점을 깨닫는 한편, 회사생활을 하면서 비밀스런 자신만의 세일즈와 서비스 사업을 시작하는 대목에서는 피가 끓더라. (웃음)
-혹시 세일즈맨을 꿈꾸고 있나.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전공과 관련된 일을 찾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다. 하지만 물질적으로 성공하고 싶은 생각은 간절하다. 나 역시 언젠가 나의 회사와 폼나는 개인 사무공간을 가지고 싶다. 그런데 누구나 그런 꿈을 꾸지 않을까. 어쩌면 그런 바람이 있어 이 코미디영화를 꽤 진지하게 봤는지도 모르겠다. (웃음) 그런데 극장 안에 앉아 있는 사람 중에 영화를 진지하게 보는 사람이 의외로 많은 것 같더라. (웃음) 다시 아르바이트하러 가야 하는데 오늘은 왠지 힘이 날 것 같다.
-어떤 아르바이트인지 물어봐도 되나. =(웃음) 뭐 대단한 것은 아니고 방학 동안 자동차 보험회사 설문 조사지 받아오는 일을 하고 있다. 설문지 50장을 받아오면 700루피(약 1만9천원)을 받는데, 사실 하루에 10장, 어떤 날은 5장 받는 것도 힘들더라. 요즘 이런 비슷한 설문조사가 많아져서 그런지 사람들이 무척 귀찮아한다. 오늘 가방까지 극장 앞 좌판에 맡기고 들어가느라 이래저래 시간적, 금전적 손실이 큰데 슬슬 아르바이트하러 가봐야겠다. 오늘의 세일즈맨이라도 돼야지. (웃음) 아! 그런데 혹시 자동차 가지고 있나? 설문지 한장 작성해주면 좋겠는데….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