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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진의 영화 판.판.판] 별일 있을줄 알았더니
강병진 사진 최성열 2010-01-18

지금 막 행사를 다녀왔다. 오늘은 1월14일 목요일, 오후 6시부터 시작한 2010년 영화인 신년인사란 행사였다. 주최는 영화진흥위원회다. 이번주 <씨네21>을 만드는 동안 영화계에서 열린 가장 큰 행사이다. 사회를 맡은 홍은철 아나운서의 말을 빌려 “미흡한 준비로 미처 초대를 받지 못하신 영화인들”과 초대를 받았지만 다른 스케줄로 참석하지 못한 영화인들을 위해 행사 내용을 전하려 한다. 별다른 일이 있던 건 아니다.

영진위는 행사를 알리는 보도자료에서 “한국영화 발전을 위하여 공헌한 여러 영화인의 공로를 치하하고, 2010년 한국영화계 발전을 기원하기 위한 신구영화인 화합의 장 마련”이라는 취지를 밝혔다. 행사장을 찾은 영화인들의 면면은 취지에 걸맞았다. 신우철, 강신성일, 정진우, 정인엽, 이대근 등 원로영화인들과 함께 봉준호, 박찬욱, 윤제균, 정윤철 등 젊은 현역감독들이 찾아왔고 이범수, 차태현 등의 배우들도 보였다. 영화인뿐만 아니라 영화계 행사마다 찾아오는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 의원들도 자리했다. 진성호 의원(한나라당)은 “과거에는 스크린쿼터 문제로 영화인들이 삭발을 했지만, 이제는 불법다운로드가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을동 의원(친박연대)은 “친정집에 신년인사 드리러 온 것 같아 기분이 좋다”며 “한국영화를 위해 국회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나경원 의원(한나라당)도 왔다. “영화콘텐츠 산업이야말로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신성장동력 중 하나입니다.” 청와대에서 왔다는 함명준 비서관도 마이크를 잡았다. “한국영화가 많은 발전을 했지만, 아직 할리우드와 아카데미영화제를 놀라게 할 영화는 나오지 않은 것 같습니다. 김연아도 있고, 욘사마도 있고, 삼성전자가 있는 것처럼 이제 우리도 세계 최고의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이어 원로영화인 대표와 젊은 영화인 대표가 인사를 나누었다. 원로 대표로 나선 영화배우 신영균은 “이것 참… 영화진흥위원회가 생기고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박수가 나왔다. 그는 덧붙였다. “동료인 유인촌 장관이 계시고 영화와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 조희문 교수께서 영화진흥위원회의 위원장이 되고 나서 이런 자리가 마련된 것 같습니다.” 한때 원로영화인들과 영진위 사이에 있었던 해체요구 및 이념공세 등의 갈등을 떠올려보면, “원로영화인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드린다”는 그의 말은 이제 더이상의 갈등은 없으리라는 선언처럼 들렸다. 이어 젊은 영화인 대표 차례가 됐을 때, (솔직히) 약간 긴장했다. 시네마테크 공모제 등과 관련한 발언을 하면 어쩌나 싶었다(맞다. 더 솔직히 말하면 기대했다). 그런데 사회를 맡은 홍은철 아나운서는 이태원 태흥영화사 대표를 먼저 찾았다. “이태원 대표님의 아드님이시고, 영화 <해운대>를 제작한 이지승 프로듀서를 모시겠습니다.” 정말 말 그대로의 신년인사가 오갔다.

이날 행사의 마지막 프로그램은 떡 커팅이었다. 유인촌 장관과 원로 영화배우 강신성일이 함께 칼을 잡았다. 커팅이 끝나고 <2009년 한국영화 재도약의 한해>란 제목의 영상클립이 상영됐다. 그때부터 행사에 참석한 영화인들은 뷔페식으로 마련된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클립 상영이 끝나자 홍은철 아나운서가 조희문 위원장을 소개했다. 조희문 위원장은 조금 늦게 단상에 올라 2010년 영진위 정책사업의 비전을 밝혔다. 사람들은 식사를 하며 담소를 나눴다. 영화인 밴드가 다시 무대에 올랐다. 참석자들은 로비에 맡겨둔 코트를 찾아 돌아갔다. 나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코트를 기다리는 줄은 좀 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