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리티 쇼는 소재를 가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부동산 까막눈이 절대 고수로 변신하는 과정을 다루지 말라는 법도 없다. <내 집 마련의 여왕> 송수빈이 그 주인공. 그녀는 인생 한번 사납게 꼬였다. 남편은 실종되고 딸은 실어증에 걸린데다 보증 선 일이 잘못되는 바람에 타이로 도망쳐왔다. 그때 기적처럼 구원의 손길이 나타나니, 바로 죽음을 앞두고 재산을 사회로 돌려주려는 사업가 정 사장이다. 송수빈은 정 사장과 함께, 처지가 어려운 ‘서울러’에게 집을 구해주는 아주 실용적인 선행을 시작한다.
<내 집 마련의 여왕>이라니, 피식 웃음나는 제목이 툭 까놓고 알려준다. 문체 실험이나 형이상학에 몰두하는 예술작품이 아니라는 걸. 대신 이 소설은 작가가 3년간 발로 뛰며 취재한 정보를 바탕으로, 송수빈과 함께 독자가 알쏭달쏭한 부동산 원더랜드를 헤쳐나가는 길을 택했다. 송수빈에게는 매번 까다로운 도전 과제가 던져진다. 예를 들어 부모님 사업이 망해 어렵게 빚을 갚아나가는 두 형제에게 보금자리를 구해주는 일. 예산은 6천만원 이하인데 의뢰인은 결혼해서 아이 낳고 살 수 있는 집다운 집을 서울에서 찾으니 이것 참 골치 아프다.
억척녀 송수빈은 부동산 책들을 읽어치우고 온라인 커뮤니티를 클릭질하는가 하면, 발품 팔아 집들을 보러다니며 실전 감각을 익힌다. 그녀를 따라가면, 코스톨리니의 달걀이론 같은 전문용어부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낙찰 현장까지, 재테크 안 하는 사람 괜히 주눅 들게 만드는 부동산 세계를 슬쩍 엿볼 수 있다. 밝고 긍정적인 소설 분위기상 송수빈은 어떻게든 과제를 해결할 텐데, 과연 그녀가 얼마나 고생을 겪는지가 관전 포인트. 이를테면 경매 나온 물건 보러 갔다가 파리 꼬인 시체를 발견하는 험한 꼴을 당해야 만족스런 집을 찾는 것이다.
이처럼 부동산 업자도 경제학 박사도 아닌, 평범한 아기엄마에 불과한 주인공이 도전에 도전을 거듭하여 고수로 변해가는 과정은 리얼리티 쇼와 진배없다. 또 리얼리티 쇼의 최고 감동 항목, 도전자의 심리적 성장도 곁들여진다. 송수빈은 이전에는 몰랐던 ‘서울러’들의 지난한 사연을 보고 듣고 느낀 결과, 서울에서 집값을 올리느라 아우성치는 건 결국 우리네 이웃을 짓밟고 올라서는 잔인한 일에 불과하다고 결론짓는다. 빤한 결론일지언정 여전히 억억 소리나는 집값을 생각하면 그 빤함은 따뜻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