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긴다 지수 ★★★★☆ 자전거 (신혼)여행을 하고 싶다 지수 ☆
웃다가 숨이 막 넘어가는 줄 알았다. 메가쑈킹의 <혼신의 신혼여행>을 처음 웹에서 접했을 때부터 쭉 그랬다. 신혼여행 다녀온 사람들의 전언에 따르면 멋진 곳 우아한 곳 다 필요없고 침대 쿠션 좋은 방 하나만 있으면 족하다는데, 이 부부는 뭘 잘못먹었는지 자전거 전국일주에 나섰다. 메가쑈킹이 제시한 자전거 전국일주 신혼여행에 대해 호빗이라고 불리는 부인이 제시한 조건은 딱 세 가지. 1. 비가 오면 자전거를 타지 않는다. 2. 밤에 자전거를 타지 않는다. 3. 하루 세끼 꼭 챙겨먹는다. 그리고 자전거는 굴러가기 시작했다.
이야기는 예상대로 흘러간다. 말도 못하게 힘들다. 출발 직전 머리를 단발로 자르고 온 호빗 부인은 (홍)금보라고 명칭이 바뀌는데, 극심한 매연과 엉덩이 통증으로 신혼여행 중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침울해졌다. “포도청에서 궁뎅이에 물 바르고 샤라포바 포졸한테 곤장 백대 정도 맞은 것 같아요.” 절로 신음성이 나오는 일정이 이어지는데도 어찌나 쫄깃하게 그림을 이어가는지, 낄낄거리면서 계속 읽게 된다. 평소 운동을 많이 하지 않던 두 사람이 무리하게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서 벌어지는 사투,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혼여행인지라 귀엽게 옥신각신하는 말다툼(오래된 부부들은 피곤하고 화가 나면 침묵으로 일관하는데, 실제로 이 부부 역시 여행 후반부에는 침묵으로 싸우기 시작한다), 전국 곳곳에서 마주치는 환상의 절경…. 그야말로 돈 주고도 못할 귀한 경험이 한 가득이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을 받는다 해도 절대 하지 않을 경험이긴 하다. 작가의 아내가 생리통약을 먹고 역풍 맞으면서 80km를 달려 기진맥진한 대목을 읽고 있자면, 두 사람과 아무 관계없는 나까지 분노의 쌍주먹을 불끈 쥐게 된다는 말씀.
한편으로는, 자전거로 전국일주를 꿈꾸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한번쯤 읽어보는 것도 매우 추천할 만하다. 실용적인 정보는 사실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지만, 그 고통, 그 통증을 느끼는 게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웃으며 공감할 수 있으니까. 특히 아내 금보씨가 자전거 오래 탈 때 느끼는 ‘엉덩이가 안장에 스치기만 해도 성냥처럼 불이 붙을 것 같’은 통증을 호소할 때, 자전거 여행을 해본 사람이면 “맞아, 맞아”를 연발하게 마련이다. 요즘 많이 나오는 걷기 여행, 자전거 여행 관련 책들이 너무 깨달음과 자기 성찰을 강조해서 지긋지긋하다는 분들께 강력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