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때는 1922년 스페인 마드리드. 폭압의 시대에 놓인 어느 예술대학에 18살의 살바도르 달리(로버트 패틴슨)가 입학한다. 달리는 이곳에서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자비에 벨트란)와 루이스 브뉘엘(매튜 맥널티)을 만나 우정을 쌓는다. 달리의 그림과 로르카의 시는 영감을 나누며 조응하고, 곧 이들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사랑을 실천하는 두 사람의 태도는 다르다. 로르카보다 한발 물러서 있던 달리는 브뉘엘과 함께 파리로 향하고, 달리와 이별한 로르카는 혁명에 앞장선 극작가로 성장한다.
스페인의 시인이자 극작가였던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는 동성애자였다. 살바도르 달리는 평소 로르카의 애정공세를 거부한 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지식인은 돼지다. 고로 나는 최상의 돼지다: 달리에게 던지는 100가지 질문>에서 달리는 말한다. “로르카는 나를 미친 듯이 사랑했지. 나를 두번씩이나 ‘응응’하려고 했었는데, 남색가가 아닌 나는 얼마나 거북했겠소.” 하지만 그는 세상을 떠나기 3년 전, 자서전을 집필했던 작가 이언 깁슨에게 “그것은 관능적이고 비극적인 사랑이었다”는 말을 남겼다. <리틀 애쉬: 달리가 사랑한 그림>은 그의 유언과도 같은 고백에서 영감을 얻은 영화다. 달리도 로르카를 사랑했지만, 시대의 보수적인 기운이 그들을 갈라놓았고 달리 스스로 자신의 사랑을 부정하게 만든 것이란 추정이다.
<리틀 애쉬…>는 나름의 근거를 제시하며 두 남자의 숨겨진 사랑을 풀어간다. 로르카가 쓴 <살바도르 달리에게 보내는 송가>나, 달리가 루이스 브뉘엘과 만든 단편 <안달루시아의 개> 등이다. 영화에서 달리는 로르카와 이별한 뒤 파리로 건너가 <안달루시아의 개>를 만든다. 로르카는 이 영화에게 자신을 빗대어 만든 거라 여긴다. 안달루시아는 로르카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로르카가 남긴 시와 달리의 그림들이 이들의 사랑을 이어주는 매개체이거나, 그 결과물로 묘사된다. 하지만 영화는 두 예술가의 애달픈 사랑보다 희대의 화가와 시인의 만남이라는 근사한 조합에 더 크게 경도된 듯 보인다. 특히 루이스 브뉘엘이 가세하는 대학 시절은 두 남자의 사랑보다 더 생생하게 묘사된 부분이다. 예술사의 거장들이 유년 시절을 함께 보내며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 얻는 한편, 서로의 예술을 자신의 예술 안으로 포용하는 모습은 ‘예술가’란 직업이 가진 고전적인 이미지를 상기시킨다. 그에 반해 초현실적인 색감으로 묘사한 달리와 로르카의 애정행각은 전체적인 이야기에서 붕 떠 있는 부분이다. 로버트 패틴슨의 외모 때문일까. 예술가들의 비극적 멜로드라마라기보다는 야오이물에 가깝다는 느낌이다. 그들의 사랑보다 그들의 예술적 성장과정을 더 궁금하게 만드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