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세상은 둘로 나뉘었다. 하늘에 떠 있는 메트로시티는 로봇이 모든 일을 대신해주는 곳이다. 지상의 서페이스는 메트로시티에서 폐기된 로봇들이 버려진 곳이다. 메트로시티의 과학부 장관인 텐마 박사(조민기)는 어느 날, 로봇 실험 중 일어난 사고로 아들 토비(유승호)를 잃는다. 아들을 살리고 싶은 마음에 그는 토비의 DNA를 이용해 마음을 지닌 로봇 아스트로를 만들어내지만, 로봇은 로봇일 뿐 아들이 아니다. 아버지에게 내쳐진 아스트로는 세상을 방황하고, 그 와중에 자신의 생명에너지를 탐하는 독재자 스톤 총리(유세윤)와 갈등한다. 스톤 일당의 공격으로 서페이스에 떨어진 아스트로는 그곳에서 로봇더미를 뒤져 살아가는 ‘코라’(남지현)와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아톰>은 1963년 일본 최초의 TV 만화영화로 제작된 이래 여러 시리즈로 각색됐다. 극장판인 <아톰: 우주의 용사>(1964)를 비롯해 한국인들에게 가장 익숙한 1982년 버전인 <아톰> 시리즈가 있고, 이어 2003년에는 소니픽처스가 제작한 TV시리즈로 다시 등장했다. 풀 3D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아스트로 보이: 아톰의 귀환>(이하 <아스트로 보이>)은 5번째 아톰이다. 변하지 않은 설정은 아톰이 불의의 사고로 죽은 아들의 대체물이란 것이다. 여기서 <아스트로 보이>는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로봇의 아픔을 추가했다. 말하자면 인간의 심장을 지닌 로봇이 경험할 법한 정체성의 혼란이다.
제작진은 <피노키오>의 이야기를 참조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역시 <피노키오>에서 영감을 얻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A.I>가 떠오르는 것도 당연할 것이다. 오히려 <A.I>의 시니컬한 이미지가 더 직접적이다. 극중에서 아스트로가 로봇 서바이벌 대회에 나가는 장면은 <A.I>의 공개 처형장면을 환기시킨다. 폐기된 로봇들이 배터리와 교체부품을 찾아 다른 로봇을 탐하는 모습도 마찬가지. 여기에 “로봇은 인간을 다치게 해선 안되며, 인간이 다치도록 방관해서도 안된다”는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 중 1원칙이 곳곳에서 강조된다. 아톰을 부활시키기 위해 사실상 제작진이 선택한 방법은 로봇과 관련된 익숙한 이미지와 모티브의 조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1982년 TV시리즈로 제작되면서 <아톰>이 내건 카피는 “모든 세대의 영웅”이었다. 3D애니메이션과 새로운 이야기로 탄생한 <아스트로 보이>가 지금에 와서도 모든 세대를 만족시킬 지는 미지수다. 3D를 거치면서 원작보다 갸름해진 얼굴과 날씬해진 몸매를 통해 추억에 젖는 건 역부족이다. 하지만 <아스트로 보이>가 지금의 아이들이 만족하지 못할 수준인 건 아니다. 게다가 새로운 아톰이 피겨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를 만큼 앙증맞은 것도 아니니 부모 관객으로서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