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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호] 깐족거리는 것도 잘 할 줄이야
강병진 사진 최성열 2010-01-15

<페어러브>의 이현호

캐릭터를 요약하자면 ‘깐족’이다. 영화 <페어러브>에서 카메라 수리공 형만의 제자인 재형은 어떤 대화든 끼어들고, 무엇이든 아는 체를 하고, 때로는 너무 솔직해서 속을 긁는다. 사사건건 코멘트를 아끼지 않으니, 주위 사람들의 마음을 상하게 만드는 일도 잦을 수밖에. 그런데 성가시기 짝이 없는 이 남자가 밉지는 않다. 미워하기에는 너무 천연덕스러워 헛웃음이 나온다. 재형을 연기한 이현호란 배우가 궁금했던 이유다.

<페어러브>를 연출한 신연신 감독과 그의 전작인 <좋은 배우>를 눈여겨본 이라면, 주인공 수영을 연기한 이현호의 얼굴을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그가 웃음을 덧칠하는 감초 역할을 맡았다는 사실이 낯설지도 모른다. “저도 놀랐어요. 그런데 배우들은 자신도 모르는 성격이 있다고 하잖아요. 감독님은 그냥 알아서 하면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사법고시를 준비하던 도중 연극에 뛰어들었던 <좋은 배우>의 수영은 진정한 연기란 무엇인가, 좋은 배우란 어떤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했던 남자다. 신연식 감독이 그에게서 재형의 어떤 모습을 발견했는지는 배우 본인도 들은 바가 없다. 다만, 신연식 감독은 2009년 부산영화제 당시 <씨네21>과 인터뷰에서 “재형은 내가 생각해도 현호에게 주기를 잘한 것 같다”고 말한바 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몇몇 매니지먼트사에서 탐냈던 캐릭터였대요. 저한테는 큰 행운인 거죠. 시나리오에서 워낙 재밌게 묘사된 캐릭터라 크게 고민하지는 않았어요. 대신 영화에 윤활유를 치는 조연이니까, 곁가지로서의 수위를 고민했었죠.”

그가 배우의 길을 걷게 된 과정은 <좋은 배우>의 수영과 닮아 있다. 극중에서 수영은 “연기 좀 해봤냐”란 극단 선배의 질문에 “학교에서 좀 했어요”라고 답한다. 학자인 아버지의 기대를 받고 자란 명문대생이었던 이현호의 연기인생도 학교에서 좀 해본 연기로 시작됐다. “수업 끝나고 할 일이 없었는데, 한 선배가 연극 동아리로 데려가더라고요. 재밌었어요. 하다 보니까 열대여섯번의 공연을 했는데, 그러고 나니까 졸업할 때가 된 거예요. 취직 준비도 해놓은 게 없었는데…. (웃음)” 두편의 영화보다 더 많은 편수의 연극에 참여했지만, 아직 자신을 배우로 소개하는 건 낯선 일이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것도 조심스러워요. 연극을 통해 내공을 쌓다보면 언젠가는 제가 원하는 배우가 되어 있지 않을까요?” 지금은 그저 좋은 배우가 되는 길을 찾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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