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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승] 고집스럽고 서늘하구나

<장례식의 멤버>, 연극 <낮잠> 배우 이주승

<헬프리스>의 아사노 다다노부를 연상시켰다. 백승빈 감독의 <장례식의 멤버>를 촬영하던 당시는 고등학교 졸업 직후였고, 19살에서 20살로 넘어오던 무렵 이주승의 얼굴에 이미 그런 심상치 않은 기운이 배어 있었다. “난 신이거든. 죽음의 신. 나를 통해 가는 길은 슬픔의 도시로 가는 길이도다. 단테의 <신곡>, 그게 내 얘기야,” 자신이 만난 세명의 가족에 관한 소설을 쓰는 소년, 죽음을 예견하는(혹은 미리 계획한) 소설을 끝마치고서 자살하는 희준. 세 가족이 각자 필요로 했던 무언가로, 자신들이 뭘 원하는지도 모른 채 기다리던 어떤 존재로 그는 매순간 바뀐다. 희준은 거의 웃지 않은 채 서늘한 눈매와 그늘을 드리우는 입술로 그렇게 위선적인 삶의 한켠에 서성거리다가 몸을 던졌다. “희준이가 생각하는 대로 영화가 흘러간다. 희준이는 상대방의 약점만 취하여 그에 맞는 주제를 끄집어내며 뭐든 다 알고 있다는 듯 말하지만, 어린 나이에 그걸 다 알 순 없다. 아는 척하는 애처럼 그렇게 접근했다.”

눈 밝은 감독들은 이미 그의 매력을 발견했다. 김경묵 감독의 2007년작 <청계천의 개> 출연 이후, <장례식의 멤버>를 준비 중이던 백승빈 감독에게 추천되었다. 백승빈 감독은 이주승이 “다른 애들처럼 성인 흉내를 내지 않아서” 캐스팅했다. 민용근 감독은 단편 <열병>(서울독립영화제 개막작인 옴니버스 <원 나잇 스탠드> 중 한편)에 이주승을 끌어들였다. 짝사랑하는 소녀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는, 불쾌한 스토킹과 연민 사이를 오가는 소년 역이었다. 그리고 <열병>을 본 허진호 감독은 연극 <낮잠>(2010년 1월26일 개막)에 ‘짝사랑하는 소년’ 역에 이주승을 점찍었다. 현재는 한국영화아카데미 제작연구과정 3기 작품인 박수민 감독의 <간증>을 촬영 중이다. 유일한 고민이라면 얼굴이 너무 어려 보인다는 것. 그러면서 자신이 하지 못할 것 같은 역은 없다고도 했고, “심심한 게 싫다. 호감이 안 가면 대충 한다”라고도 했다. 고집스럽고 서늘했다. 한국영화계의 영토에 불현듯 출현한 이 독특한 배우가 어떻게 자신의 영역을 넓혀갈지 정말 궁금해진다.

추천사 ★ 백승빈 <장례식의 멤버> 감독

주승이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목소리, 그 믿음직한 색깔이다. 그가 “사실 저는 백살이 넘은 뱀파이어인데요…”라고 자기소개를 시작했어도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충분히 그럴 만하다고 믿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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