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내복과 바지 사이에 비닐을 껴주고 비옷을 덧입혀 어린이집에 데리고 다녔다. 폭설과 한파에 애들은 걸어다니는 게 아니라 굴러다닌다. 나도 목장갑 위에 고무장갑을 끼고 눈사람을 만들었다. 애랑 노느라 시작한 건데 하다보니 애는 눈밭에 처박아두고 혼자, 즐겁게…. 간밤에는 최근 한옥 생활을 시작한 선배의 집 지붕이 갑자기 염려되었다. 이거이거 나 ‘백기사 신드롬’에 빠진 거니?
‘나는 늘 베풀면서도 왜 배신감을 느끼는 걸까?’ 최근에 나온 책 <백기사 신드롬>의 부제인 이 문장을 아마도 그분은 요즘 곱씹고 계시지 않을까 모르겠다. 청와대에 사는 백기사니 청기사라 부르련다. 상대(국민)에게 무엇이 최선인지 자신이 더 잘 알고 있다고 여기고, 상대(국민)를 위해 그 모든 걸 해주는데도 상대는 전혀 몰라주니 말이다.
쓸데없는 질문으로 시간낭비할까봐 기자회견 안 하고 연설만 한 건데 그걸 오만과 불통이라고 시비 걸지 않나, 법인세도 내리고 투자세액도 공제해주는 등 대기업에 온갖 특혜를 줬는데 이노무 기업들이 고용을 늘리긴커녕 오히려 줄여대질 않나(유례없이 단독사면시켜준 이 회장만큼은 날 배신하지 않겠지? 세종시 삼성사업장 유치도 콜?!), 노동관계법 처리 지연을 걱정하다 국회의장에게 안부전화 한번 한 걸 두고 압력이라느니 삼권분립을 흔들었다느니 떠들지 않나, 도로 피해 상황 잘 보도한 공영방송을 두고 정권 눈치 보느라 긴급구호대책 같은 얘기는 하지 않는다고 뒤집어씌우질 않나(왜, 박대기 기자 눈사람 만든 것도 내가 시켜서 그런 거라고 하지 그래, 씩씩), 수치상으로는 분명 경제성장률이 회복세인데 ‘고용 없는 성장’이니 ‘빈곤 속 성장’이니 깎아내리면서 대체 무엇을 위한 성장이냐고 따지질 않나(선진국 되려고 그러지. 수치상으로 말이야), 미래를 챙기고 투자했기로서니 실질 실업률 12.6% 시대에 전체 고용의 9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지원 예산을 30%나 깎았다면서 또다시 4대강 사업 예산을 물고늘어지질 않나…, 왜 국민을 구원하려는 나의 의지와 선행을 강박과 안달이라고 치부하는 거지? 내 이럴 때가 아니야. 어서 빨리 강을 파서 일자리를 창출해줘야지. 다들 일을 안 해 말이 많아. 빨리 구해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