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도쿄의 한 집에서 다섯 마리의 래트리버가 태어난다. 주인은 개들을 맹인 안내견으로 키우고 싶어하고, 조련사 다와다 사토루(시이나 깃페이)는 그중 둔감한 성격의 한 마리를 데려간다. 다와다는 옆구리에 날개처럼 생긴 반점이 있는 이 개에게 ‘퀼’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훈련을 시킨다. 마침내 훈련을 마친 퀼은 시각장애인 와타나베 미츠루(고바야시 가오루) 곁으로 가게 된다. 개를 두려워하던 와타나베는 차츰 퀼을 사랑하게 된다.
‘반려동물’이라는 말이 보편화될 정도로 현대인은 동물을 가까이 두고 지낸다. 다른 사람들에게 배신당하고 버림받고 무시당한 인간으로선 대가없이 무한한 애정을 주는 반려동물이 함께 살아갈 가족으로 더 적합한지도 모른다. <퀼>은 한 중년남성 시각장애인과 그를 돕기 위해 어릴 때부터 훈련된 개의 우정과 사랑을 담은 영화다. 주인공 와타나베는 인간에게 상처입은 경우는 아니지만 퀼과의 교류를 통해 이전보다 훨씬 씩씩하게 길을 걸어나가게 됐을 뿐 아니라 좀더 풍요로운 마음까지 갖게 된다. 와타나베의 가족이나 퀼의 원래 주인들, 그리고 조련사 다와다 또한 퀼에게 많은 사랑의 힘을 얻는다.
일본 작가 이시구로 겐고와 사진작가 아키모토 료헤이가 함께 낸 책 <맹인안내견 퀼의 일생>(한국 제목 <내 마음의 눈 쿠이루>)에 기반한 이 영화는 한 마리 개의 짧다면 짧은 일생을 통해 진정한 ‘반려’와 사랑의 의미를 반추하게 한다. 이 영화의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퀼이라는 개의 존재다. 엄마 개가 있는 집에서 훈련소와 와타나베의 집까지 여러 차례 옮겨다니면서도 해맑은 미소(?)를 머금은 채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퀼을 보노라면 천사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퀼>은 <피와 뼈>나 <수>와 같은 피비린내 나는 지옥도를 그려냈던 최양일 감독에게 가장 특이한 작품이 될지도 모른다. 담담한 내레이션에 신파조가 거의 섞이지 않은 이야기 흐름은 그의 영화답지만, 쉴새없이 웃음과 눈물을 자아내는 장면들은 이 왕마초 감독의 내면에 화사한 백합꽃이 피어 있음을 짐작게 한다. 사실, 이 영화를 설명하는 데 잡다한 말은 필요없다. 애견인이라면 무조건 봐야 한다는 것과 두툼한 티슈를 미리 준비하라는 조언 외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