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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의 큰언니
이화정 2009-12-31

<페기 구겐하임 자서전-어느 미술 중독자의 고백> 페기 구겐하임 지음 / 민음인 펴냄

때로 한 사람의 삶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역사를 알 수 있다. 페기 구겐하임이 그렇다. 그녀의 삶이 곧 현대미술의 기록이다. 20세기 최고의 미술 후원자, 갑부 컬렉터, 베네치아 구겐하임 미술관의 설립자인 페기 구겐하임로서의 페기 구겐하임. 그 영향력은 참으로 충만하고 전설적이었다. <페기 구겐하임 자서전-어느 미술 중독자의 고백>은 이렇게 겉으로 포장된 페기의 삶을 한 꺼풀 벗겨내는 작업이다. 사망 30주년을 맞아 발행된 이 책은 1960년 페기 구겐하임의 회고록이다. 페기 구겐하임은 책을 통해 미술에 문외한이었던 자신이 어떻게 현대미술에 중독되었으며 작가가 아님에도 20세기 미술사에 기록될 전설 속의 인물이 되었는지 거침없이 설명한다. 또 브랑쿠시, 콜더, 폴록, 에른스트, 탕기 등 거장들과의 기행과 열정, 사생활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비밀스러운 에피소드를 망라한다. 책장을 넘기다보면 결국 페기의 내밀한 고백은 결국 곧 현대 미술사의 중요한 축대로 환원되고 만다. ‘알코올 중독자가 술을 구입하듯, 마약 중독자가 아편에 지갑을 열듯’ 물려받은 재산을 그림을 사는 데, 화가를 부양하는 데 아낌없이 탕진했다는 페기이니, 그녀의 삶이 온전히 그림에 바쳐졌으리란 건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