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칼럼 > 오픈칼럼
[오픈칼럼] 안길강을 추천한다
주성철 2009-12-25

<영웅본색>

<영웅본색>이 리메이크된다고 했을 때 팬들 모두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사적인 애정과 별개로 ‘언제 적?’이란 생각부터 드는 게 정상이니까. 그러면서 <광식이 동생 광태>에서 김주혁이 등장할 때, 주말 <개그콘서트>에서 허경환이 등장할 때 들려오는 그 음악부터 떠올랐다. TV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를 보니 황정민도 왕년에 그 음악에 맞춰 무던히도 바바리코트를 입었다니 그 추억의 깊이는 정말 어마어마하다. 하여간 현재 아시아에서 왕년의 주윤발과 장국영의 무드를 그대로 살려낼 만한 배우도 없을뿐더러 좋아하는 작품일수록 원전을 그대로 내버려뒀으면 하는 마음 때문에 다들 걱정했을 것이다.

바로 그 <영웅본색> 리메이크작을 송해성 감독이 <무적자>란 제목으로 연출하는데, 대략 그 캐스팅을 정리하면 주윤발이 연기했던 배신자를 처단하려다 다리를 다치는 전직 폭력배 역은 송승헌이, 폭력조직에서 일하다 후배의 배신으로 감옥살이를 한 뒤 깨끗한 삶을 살며 동생의 용서를 바라는 형(적룡) 역은 주진모가 맡았다. 그리고 형을 용서하지 못하고 경찰이 된 동생(장국영) 역은 김강우가 연기한다. 또 조한선은 형들을 배신하고 조직의 실권을 장악하는 야비한 중간 보스(이자웅)로 분한다.

맨 처음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때 <열혈남아>를 보며 깜짝 놀랐던 조한선이 가장 기대됐고, <쌍화점>의 고개 숙인 남자 주진모도 그럭저럭 무난할 것 같았고, 송해성과 <카라> 이후 10년 만에 만나게 된 송승헌도 좀만 더 신경써주면 괜찮을 것 같았는데, 김강우는 잘 판단이 서지 않았다. 배우가 이상하다는 게 아니라 아무래도 장국영이니까. (-_-)

그런데 송해성 감독의 새로운 설정 얘기를 듣고는 좀 다르게 생각하게 됐다. ‘탈북한 북한 특수요원들이 남한에 정착해 조직폭력 세계에 뛰어들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그리게 된단다. 그래서 사실은 <영웅본색>보다는 맥당웅의 <성항기병>에 더 가까운 얘기가 아닐까 싶다. 이런 이야기로 시나리오 한번 써보고 싶었고, 왜 그런 소재의 탈북자 영화는 안 나오는 걸까 무척 아쉬웠는데 드디어 나오게 돼 반갑다. 그러고 보니 <동해물과 백두산이>나 <태풍>도 같은 이유로 무척 기대했던 영화다.

아니면 <첩혈가두>가 아니라 그 리메이크작이었던 <천당구>가 떠오르기도 한다. <첩혈가두>에서 네 남자가 베트남으로 간 것보다는 <천당구>에서 화려한 상하이로 간 게 아무래도 북에서 남으로 와서 폭력조직에 가담하는 느낌과 비슷하니까. 물론 캐스팅이 끝났겠지만 떠오르는 주변인들도 있다. 적룡이 일하는 택시회사 사장 증강 역으로는 이기영을 추천하고, 적룡과 장국영의 아버지 전풍으로는 홍콩시장을 겨냥해 지금의 적룡을 추천하며, 끝으로 고인이 된 악역의 대명사 성규안 역으로는 안길강을 추천한다. 나만 그런지 몰라도 <다찌마와 리: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에서 안길강을 봤을 때 성규안과 느낌이 너무 비슷해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어쨌건 송해성 감독에 대한 기대와 더불어 잘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