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자리에 있었다면 뭐라고 말했을까? 지난 4월 말 MBC 신경민 기자가 <뉴스데스크> 앵커직에서 석연치 않게 물러난 이후 정국이 어지러워질 때마다 문득 궁금했다. 하루 뉴스의 핵심을 짚고 빈곳을 메우는 신랄한 멘트로, 저널리즘과 앵커의 역할을 재조명하게 했던 신경민 기자가 책을 냈다. 2007년 라디오 프로그램 <뉴스의 광장>과 387일간 진행한 <뉴스데스크>에서 방송한 500여개 멘트 가운데 시의성을 넘어 유의미한 클로징 멘트를 선별해 주제별- 미디어, 정치, 국제, 사회- 로 묶고, 보도의 배경이 된 사실(fact)과 저변에 깔린 관찰과 판단을 서술했다. <신경민, 클로징을 말한다>는 단순히 화제를 불러일으킨 클로징 멘트를 수집해 주석을 붙인 책이 아니다. 오히려 클로징 멘트의 결산을 ‘빙자’한 30년차 언론인의 경험적 저널리즘 개론이며 한국 사회평론에 가깝다.
한국의 대통령, 사법부, 행정기관, 언론이 작동하는 방식을 묘파한 문장은 방송으로 친숙한 필자의 말투 그대로 군살없고 반듯하다. 직접 목격한 독재의 추억과 일부 인사의 몰지각한 행동을 전하는 대목은 솔깃하며 ‘대통령의 약속대련’, ‘정치와 사주팔자’ 같은 장은 폭소마저 자아낸다. 당연한 원칙과 상식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글에 “됐고!”라고 외치고 싶은 독자라면, 사회의 고장난 지점을 단도직입적으로 집어내는 이 책의 말투에 반할 것이다. 이처럼 예리한 시각과 종합능력, 곧은 자기규율을 견지하는 기자가 벌써 취재 보도 일선에서 물러난 현실이 아깝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