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러버>를 97분짜리 애시튼 커처 화보집, 또는 애시튼 커처 주연의 뮤직비디오라고 불러도 딱히 미안하지 않다. <영 아담>과 <할람포>를 만든 데이비드 매킨지 감독이 어쩌다 이런 짓을 했나 의아하긴 하지만, 엔딩의 개구리 클로즈업을 보면 헛소리를 조용히 듣고만 있다가 막판에 한마디 딱 하고 일어난 것 같기도 하고.

어쨌거나 애시튼 커처가 돈을 댄 영화답게, 모든 장면은 ‘애시튼 커처 꾸미기’가 포인트다. 캘리포니아의 매력적인 바람둥이 니키를 위해 디 스퀘어드 2와 Y-3의 진 팬츠, 구치와 돌체 앤 가바나, 프라다의 셔츠, 벤츠와 포르셰가 총동원됐으니까. “건방지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난 정말 매력적인 남자다”라는 내레이션으로 불길하게 포문을 연 영화는, 빨간색 니트와 적당하게 워싱된 청바지, 검정 캐주얼 재킷과 체크 머플러 차림인 애시튼 커처가 예수 재림이라도 한 듯한 엄청난 환영을 받으며 클럽에 들어가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스토리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시종일관 그게 전부다. 그러나 할리퀸 시리즈보다 못한 시나리오에도 <S러버>는 생각없이 볼 만한 영화다. 189cm의 키에 완벽한 프로포션, 쥐 가죽을 걸쳐도 ‘폭풍간지’일 애시튼 커처가 제대로 입고 나오거나, 혹은 제대로 벗고 나오니까. 입었을 때는 캐주얼 스타일링의 진수를 보여준다. 길이가 짧은 블루종, 부드러운 캐시미어 니트, 프린트가 귀여운 티셔츠, 핫핑크와 에메랄드 블루와 와인 버건디와 크림 베이지의 ‘부티나는’ 조합. 슈트 잘 입기보다 백배는 어려운 캐주얼 잘 입기의 묘수가 다 거기 있다. 그가 벗었을 때는, 데미 무어의 네모난 얼굴이 분노와 함께 떠오른다. 여자라면 누구든 ‘도대체 데미 무어는 전생에 얼마나 복 받을 짓을 했기에 저 몸을?’ 하는 탄식과 한숨이 절로 날 테지. 사과를 반으로 쪼개서 엎어놓은 것 같은 엉덩이는 물론이고, 애시튼 커처의 벗은 몸은 등과 옆구리, 종아리와 발목까지도 아름답다.

영화는 별로 길지 않은 러닝타임 동안 어여쁜 애시튼 커처와 호화로운 대저택, 여유로운 캘리포니아의 햇살을 담는 데 집중한다. 그 모든 게 지나치게 장식적인 나머지 과잉의 만족감은 있으되, 결핍의 드라마가 없다(스토리의 결핍은 너무 큰 결핍이라 여기서 얘기할 수준이 못 된다).

애시튼 커처의 스타일도 마찬가지다. 멋지긴 하되 ‘덕지덕지’와 ‘쳐바름’의 뉘앙스를 풍긴다. 이유는 어디든 걸치고 나오는 가느다란 서스펜더 때문이다. 피팅감이 끝내주는 청바지에 스터드 벨트를 하고 모든 근육이 다 예뻐 보이는 잘 맞는 티셔츠를 입은 위에 ‘그놈의 멜빵 나부랭이’는 도대체 왜? 넓은 가슴팍을 가로지르는 얇은 서스펜더는 가끔 브래지어 끈처럼도 보인다. 다된 밥에 재뿌린다는 게 저런 거구나, 격언의 지혜를 새삼 배운다. 그러다 생각이 멈칫한다. 참, 이 영화는 과잉이 미덕인 영화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