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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 추억의 매개체 <오디션>
강병진 2009-12-23

synopsis 굴지의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송송그룹의 송 회장이 딸 명자에게 유언을 남긴다. 자신이 과거에 만난 4명의 음악천재 소년을 찾아 사상 최대의 오디션인 송송오디션에 참가시키라는 내용이다. 이들이 우승할 경우, 명자는 송송그룹을 물려받지만, 우승을 놓치면 2대 주주인 변득출이 회사를 가로챌 위기다. 명자는 고교 시절 라이벌이었던 사설탐정 박부옥과 함께 소년들을 찾아나선다. 그리하여 4명의 소년이 명자와 만난다. 절대음감의 소유자 장달봉, 천상의 목소리를 가진 황보래용, 타고난 리듬감각을 자랑하는 류미키, 그리고 음악 CD를 훔치다 소매치기가 된 국철. 이들은 자신들에게 숨겨진 재능을 끌어내 오디션을 준비한다.

만화가 천계영의 <오디션>은 발행 당시 10권의 시리즈로 각각 10만권씩 팔아치웠던 작품이다. 음악이란 매개와 오디션이란 무대, 그리고 짙은 상처를 지닌 10대 미소년들의 이야기는 그때의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열광의 대상이었다. 장편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다는 소식이 불러일으킨 기대는 당연히 컸다. 만화 속 분위기로만 감지됐던 그들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것과 매력적인 4명의 캐릭터를 더욱 생생하게 볼 수 있다는 기대였다. 그런데 벌써 10년이 지났다. 제작과정에서 투자문제로 난항을 겪었던 <오디션>에 이제 가장 큰 걸림돌은 ‘10년’이란 시간 차다.

원작에 열광했던 10년 전을 잠시 복기하자. <오디션>은 10년 뒤인 지금도 대세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미남이시네요>의 꽃미남 아이돌 캐릭터가 <슈퍼스타 K> 같은 오디션 리그전을 통해 성장한다는 이야기 아닌가. 하지만 장편애니메이션 <오디션>은 캐릭터와의 공감과 리그전의 긴장을 모두 그려넣지 못했다. 애초에 10권짜리 시리즈를 100여분에 담는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을까. 이야기는 순서대로 전개되지만, 원작에 나타난 기상천외한 그룹들과의 경쟁 에피소드는 아예 삭제됐고 4명의 소년 각자가 가진 상처 또한 묘사되지 않는다. “베레 베레”라는 외계어를 쏟아내던 황보래용이나, 말없이 멋있는 척하다가도 삐끗하는 국철의 매력을 다시 느낄 수 없다는 건 큰 아쉬움이다.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없는 탓에 이들이 만든 음악도 뜬금없게 들린다. 원작을 경험한 관객에게는 너무 손쉽게 만난 이들이 연습도 별로 하지 않고 최종 오디션에 이르게 되는 이야기가 싱겁게 보일 듯. 21세기인 지금 2D를, 그것도 과거의 한국 애니메이션처럼 레드와 블루의 색감이 대부분인 작품인 것 또한 지금의 10대 관객에게는 선뜻 선택하지 못할 이유다. 그럼에도 <오디션>에 강점이 있다면 여전히 남은 기억일 것이다. 지금의 20, 30대 관객은 2D로 그려진 4명의 미소년 캐릭터들을 통해 학창 시절의 자신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하다못해 노트북을 휴대폰과 연결해 인터넷에 접속하고, ARS로 오디션 결과를 전해받는 모습마저 정겹게 보인다. 10년 전, 가장 핫한 아이템이었던 <오디션>이 이제 추억의 매개체로 개봉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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