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사악한 마법사 볼드모트에게 부모를 잃은 해리 포터(대니얼 래드클리프)는 이모에게 맡겨진다. 자신이 타고난 마법사라는 것을 전혀 모른 채로, 이모와 숙부 사촌의 구박을 받으며 11살이 된 해리는 호그와트 마법학교의 입학초대장을 받는다. 안내자인 해그리드(로비 콜트레인)의 설명으로 부모가 누구인지, 번개 모양의 흉터가 어떻게 생긴 것인지 알게 된 해리는 설렘을 안고 호그와트로 향한다. 해리 포터는 론 위즐리(루퍼트 그린트), 헤르미온느(에마 왓슨)와 친구가 되고 즐거운 학창 생활을 보내지만 지하감옥의 트롤이 도망치고, 숲 속의 유니콘이 살해당하는 등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이 사건들이 마법사의 돌을 훔치려는 계획임을 알아차린 해리는 친구들과 함께 음모를 막으려 한다.■ Review <스타워즈> 이상으로 열성적인 팬들을 거느린 <해리 포터> 시리즈의 판권은 어떤 영화사든 탐을 낼 만했다. 영국의 제작자 데이비드 헤이먼은 1997년 조앤 롤링과 만나, ‘작가의 시각을 영화 속에서 충실하게 살리겠다’는 약속으로 계약했다. 크리스 콜럼버스는 그 약속을 정확하게 지켰다. 인상적인 소설을 각색하면 흔히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구체적인 영상으로 그려진 소설 속의 상황들이 작가와 독자의 상상력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점이 한 가지 이유다.하지만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은 독자가 상상했던 이미지를 그대로 연상으로 옮겨놓았다. 소설을 읽지 않았어도 충분히 재미있지만, 소설을 이미 보았다면 영화로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만나는 것은 대단한 기쁨이다. 소설의 아주 작은 것들, 인물들의 작은 미소와 말투까지도 그대로 재현된다. 대니얼 래드클리프를 비롯한 모든 배우의 인상과 표정도, 소설의 인물과 동일하다. 그것들을 일일이 확인하느라 2시간40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알 수 없을 정도다.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은 판타지와 학창소설 또는 성장소설의 행복한 결합이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갖가지 마법과 괴물들을 그려내면서, 해리와 친구들의 정신적 성장을 담아낸다. 계단 밑 쪽방에서 살아가던 해리는 ‘낯선 것’들을 만나면서 즐거움과 행복을 알아간다. 해그리드와 함께 마법 상점들이 죽 늘어서 있는 거리에 들어설 때, 해리의 표정은 정말 ‘기쁨’ 그 자체다. 이런 세상도 있었구나, 라는 흥겨운 깨달음이 해리를 사로잡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관객에게도 같은 즐거움을 안겨준다.
크리스 콜럼버스는 자신과 할리우드의 색깔이 아니라 조앤 롤링이 원했던 ‘영국의 토속성’이 가득한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표현했다. 너무 현란하지 않은, 오래된 벽돌길을 걷는 느낌으로. 김봉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