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명: <워터월드> 관람자: 이명박 대통령
지난 2009년을 돌이켜보니 가장 강력하게 남는 건 ‘물’의 이미지다. 2008년 촛불집회 당시 신나게 맞았던 물대포는 차치하고서라도 2009년에도 여기저기서 너무 자주 불필요하게 물을 보았다. 종로를 걸어도, 대학로를 걸어도 인도가 계속 공사 중이다. 깔끔하게 정돈된 포석을 왜 공사하나 하고 건너다보니 물길 조성 중이란다. 광화문 앞에 생긴 광장(이라 쓰고 ‘중앙분리대’라 읽는다)에도, 그 좁아터진 와중에 기어이 분수와 물길을 만들어놓았다. 거기다가 아무래도 이명박 대통령 이하 한나라당쪽은 2010년 기어이 4대강 사업을 관철시키고야 말겠다고 마음먹은 것 같다. 총 22조원을 투입하여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일대를 개발하려는 이 4대강 사업을 통해 수질을 개선하고 36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그 예산 때문에 정작 꼭 필요한 서민예산이 삭감되고, 수질개선이 더욱 악화될 우려가 있다는 수많은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모아지고 4대강 유역의 문화재 파괴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데도 4대강 사업 계획을 밀어붙이려는 속도는 가속화 중이다.
진지하게 생각해봤다. 혹시 이명박 대통령은 물의 요정?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까지 물을 사랑할 리 없다. 하지만 요정의 전생 시절을 되새기기보다 이건 어떨까. <늑대와 춤을> 이후 한참 잘나가던 케빈 코스트너가 1995년 <워터월드>를 만들고는, 다시는 재기불가능한 망신살의 늪에 침몰했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