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지킨 순결이 무색하게 사교계 복귀를 선언한 첫날, 자폭했다. 고주망태의 뒤끝은 처참했다. 대체 얼마나 더 자숙하고 칩거해야 인간이 된다냐. 굳이 음주 쇼크의 장점을 찾자면, 겸허한 마음으로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게 해준다는 것. 우웩. 확실히 인간은 합리적인 동물이 아니라 합리화하는 동물이다.
노동부가 내년 7월부터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함께 도입하려는 ‘타임오프제’의 내용을 보다가 어이없는 대목을 발견했다. 노조 규모별로 노조 전임자의 각동 활동 시간을 제한해 사용주가 이른바 ‘유급 근로시간’. 상한선이 넘는 급여를 지급하면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받도록 한 내용이다. 내가 이거 술 덜 깨서 잘못 본 거 아니지? 한마디로 빵집 주인이 빵을 몇개 더 얹어주면 불공정 거래를 한 것이라고 하는 꼴이다. 게다가 ‘하한선’이 아니라 ‘상한선’이라니. 대체 노동부야 사용주보위총국이야? 세계적으로 노조 전임자 임금을 회사가 주는 나라 별로 없다고? 그럼 노조 전임자 임금을 회사가 주는 걸 법으로 금지한 나라는 많니? 절차 다 밟은 합법 파업을 대통령의 말 몇 마디로 불법으로 규정하고 지도부 체포며 압수수색을 대대적으로 벌이는 나라는? 공무원이랑 교사가 노조하면 온 나라가 시뻘겋게 결딴날 것처럼 문패를(그리고 사람을) 뜯어내는 나라는?
경총을 중심으로 한 자본과 대통령을 위시한 행정부,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입법·사법기관이 삼각 총공세로 노조의 씨를 말리고 있다. 참, 이를 조장하고 응원하는 사익 언론도 빼면 안되겠지. 강성 노조 때문에 투자가 어려워지고 일자리 창출도 안된다더니 이젠 공공기관 노조 때문에 선진화가 안된다고 뒤집어 씌운다.
자본과 노동의 긴장관계는 깨진 지 오래다. 민주노총의 총역량으로도 이랜드 그룹이라는 자본 하나를 감당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노사간 자율교섭 자체가 불공정 게임인데, 이젠 그 창구마저 봉쇄하려 든다. 업무방해는 회사만 당하는 게 아니다. 복수노조 유예와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노조의 업무’를 방해하는 것이다. 나아가 국민의 ‘결사의 자유’를 가로막는 것이다. 이 죄는 누구에게 물어야 하나.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께 모처에 전화 한통 넣어주십사 부탁드려야 하나. 아우, 토 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