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2008년 크리스마스이브. 패션지 <보그> 특집 화보 촬영을 위해 20대부터 60대까지 세대를 대표하는 여섯명의 여배우가 한자리에 모인다. 스튜디오 등장에서부터 각자 입을 의상 하나까지 여배우들은 자신이 돋보이기 위한 신경전을 펼친다. 그러던 중 예정된 소품이 늦게 등장하면서 그들의 화보 촬영에 차질이 생긴다. 게다가 고현정과 최지우의 기싸움은 급기야 큰소리로 번지게 된다. 팽팽한 긴장을 추스르고 여배우들은 함께 와인을 마시며 소품을 기다리자는 합의를 본다.
<여배우들>의 초반부,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고현정의 대사다. <보그>의 에디터에게 대뜸 “<무릎팍도사> 녹화 끝내고 왔잖아”라면서 피곤함을 토로하는 화면 속 고현정을 지켜보는 건 꽤 신선한 엿보기다. 배우 고현정이 <무릎팍도사>에 출연한 건 웬만한 사람 다 아는 사실. 그러니 이 천진한 대사가 스크린에서 웃음을 유발하는 순간, <무릎팍도사> 녹화가 피곤했다는 그녀의 말은 ‘진실’이 되고, <여배우들>은 리얼리티의 세계로 진입하는 열쇠를 얻게 된다.
<여배우들>은 좀체 사생활을 노출하지 않는 톱 여배우들을 지켜보는 일종의 리얼리티쇼다. 스튜디오라는 한정된 공간, 패션화보 촬영이라는 컨셉, 그리고 소품이 늦게 도착하는 우발적 상황까지가 맞춤형 대본. 이 조건 아래서 윤여정은 윤여정을, 이미숙은 이미숙을, 고현정은 고현정을 연기한다. 서로 돋보이고자 하는 여배우들의 심리는 의상 선택 하나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게 되며, 여섯명의 여배우들은 언론에 알려진 자신의 약점을 거리낌없이 희화화한다. 마치 ‘어디까지가 진짜인지 맞혀보라는’ 게임을 걸기라도 하듯 과장도 서슴지 않는다. 실명을 걸고 가상 결혼을 펼치는 <우리 결혼했어요>의 ‘가짜’ 부부처럼, 여배우들의 ‘여배우들’은 고현정으로, 최지우로, 김민희로 그렇게 ‘진짜’ 여배우가 된다.
12회차의 촬영, 여배우들을 지켜보는 카메라는 줄잡아 7대가 넘는다. 현장의 긴박감을 놓치지 않고 잡아내는 역할을 한 핸드헬드 카메라는, 결국 배우들에게는 끊임없이 이것이 가상임을 일깨워주었을 것이다. 물론 TV 리얼리티쇼에 익숙한 관객도, 이 ‘거짓의’ 진실을 즐길 만한 아량은 다분하다. 사실 이재용 감독의 승부수는 리얼리티쇼라기보다 상황극의 말미에 배치한 와인파티일 것이다. 여배우들의 고민, 환경, 위치를 각자 토로할 수 있게 마련된 일종의 ‘토크쇼’는 전반부의 리얼리티쇼를 향한 의심을 80% 정도 앗아간다. 여배우들의 웃음이 눈물로 자리하는 순간, 영화는 여배우들의 <무릎팍도사> 특집 버전쯤으로 자리매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