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는 고수를 알아보게 마련이다. 영화감독 김용화는 지난 5월 <선덕여왕>의 초기 몇회만 보고서 ‘대본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그로부터 몇달 뒤, <선덕여왕>은 최고시청률 44.9%(TNS미디어코리아 집계)를 기록하며 연일 화제의 중심에 놓였다. 그리고 그가 연출한 <국가대표>는 관객 830만명을 동원하며 2009년 하반기 한국영화계 최고의 히트상품 중 하나로 등극했다.
이야기 솜씨만으로 사람들을 구름처럼 모아내는 당대 최고의 흥행사 두 사람이 만났다. 지극히 대중적이되 그들이 풀어놓는 보따리 속 세계와 인물 군상은 많은 부분에서 다른 결을 품고 있다. 그럼에도 고수들의 깨달음에는 일맥상통의 비급이 담겨 있는 법. 48시간째 눈을 붙이지 못한 작가와 영화 개봉 이후 하루 평균 2시간 이상 잔 적이 없다는 감독 사이에는 쉼없는 동의와 찬탄, 그리고 에너지가 오갔다.
김용화: <선덕여왕> 작업 때문에 많이 피곤하시죠.
박상연: 방송 일을 해보니 24시간마다 잘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더라고요. 현재 48시간째 못 자고 있습니다. 사실 6월에 만기된 예금도 하나 있었는데, 아직까지 그 돈을 빼지 못하고 있을 정도예요.
김용화: 제가 그런 일 대신 해드릴까요? (웃음) 수수료만 한 3% 챙겨주시면.
박상연: 제가 유난히 힘들어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방송은 정말 힘들더라고요.
김용화: <히트>에 출연했던 하정우씨에게 작가님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러다가 <선덕여왕>을 보면서는 정말 놀랐죠. 고전을 만들면서도 인물들의 감정을 현실감 넘치게 표현하는 실력이 정말 대단하더라고요.
두분이 서로의 작품에 가지고 있는 생각이 궁금합니다. 김 감독님의 작품은 장르의 틀을 빌리되 결국은 사람의 관계를 도드라지게 표현한다면, 박 작가님의 작품은 캐릭터들의 생동감도 훌륭하지만 극의 형식이 매우 견고하다는 느낌인데요.
김용화: 저는 고전적인 아크 플롯으로 이야기를 짜죠. 거기에 제 색깔을 담는 건 고통과 기쁨을 함께 버무리는 방식이고요. 하지만 박 작가님께서는 하나의 감정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것에 능한 것 같아요. 저는 두려워서 잘 못하는 건데.
박상연: 그건 작가와 감독이라는 위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 같아요. 감독님은 제작의 전 과정을 책임져야 하는 분이고, 저는 연출가에게 한번 더 필터링을 거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용감하게 내지를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장르적으로는 컨벤션을 조금씩 비틀어보는 작업이 시청자에게 새로운 느낌을 주지 않나 생각해요. 이를테면 <허준> <대장금> <이산>처럼 히트했던 사극을 보면 극적 장치로 주인공의 스승이라는 인물이 등장해요. <허준>의 유의태, <대장금>의 한 상궁, <이산>에는 영조가 있었죠. 뭔가 새로운 걸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면 그런 요소를 빼봐요. 그래서 <선덕여왕>에는 처음으로 그런 존재가 등장하지 않았어요. 젊은이들을 도와주는 어른들이 없죠. 88만원 세대라고 불리는 요즘 젊은 층들의 느낌 같기도 하고요.
김용화: 그런 강박도 있을 것 같아요. 드라마는 영화보다 쉬워야 한다는 것. 그래서 제가 <선덕여왕>을 보면서 놀랐죠. 다른 드라마라면 미실이 카리스마있게 부각되고 다른 캐릭터는 기능적으로 활용되다가 운명을 다할 텐데 거기서 그치지 않으니까요. ‘진짜 인간 한번 제대로 보여줄게’라는 느낌이 있어요. 아마도 극단적인 감정의 체험까지 가봤기 때문에 인간에 대한 묘사가 뛰어난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런 캐릭터들을 사랑스럽게 만들잖아요. 그건 정말 최고의 기술이거든요. 제가 계속 이렇게 말씀드리는 이유는 저에게 시나리오 한편 써주십사 하는 뜻에서. (웃음)
두분은 2009년 하반기 영화와 드라마계를 대표하는 히트상품을 각각 만들어냈는데요.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박상연: 사실 저는 TV드라마를 한 이후에 대중성이라는 것을 가늠하기가 더 힘들어졌어요. 어느 날 <선덕여왕>을 함께 쓰고 있는 김영현 작가와 회의하다가 제가 선언한 적이 있어요. 시청률은 정말 모르겠다고. 그리고 알 수 없는 문제는 고민하지 않겠다고. 영화와 달리 TV는 반응이 빠르잖아요. 네티즌의 평가도 곧바로 확인할 수 있고 다음날 아침에는 시청률도 나오니까요. 그걸 보면 ‘야, 여기서 이런 반응이 나오다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예전에 MK픽쳐스의 심재명 대표에게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영화 전문가가 아무리 머리를 싸매고 대중적인 작품을 내놓아도 관객은 하나를 더 알려준다고. ‘너희들은 이걸 간과했어’라며. 그 얘기가 기억에 남아요. 그래서 저는 대중성에 대한 고민을 깊이 하지는 않습니다. 제 작품이 외면받으면 어쩔 수 없죠. 하지만 저는 마니악한 취향도 아니고 예술적인 지향을 가지고 있지도 않은데다가 제가 좋아하는 영화는 대부분 흥행하더라고요. 그런 걸 보면서 대중적인 감수성이 있는가보다라고 생각은 하죠. 그런데 TV드라마를 하다 보면 영화에서는 절대로 쓰지 않았을 것 같은 장면을 써야 하는 경우도 많아요. 영화처럼 깜깜한 곳에서 집중해서 보는 것이 아니고, 왔다갔다 하면서도 보는 게 드라마니까요. 그런 매체의 차이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고생을 많이 했어요.
김용화: 비슷한 질문을 저도 많이 받습니다만, 사실 모르겠어요. 저는 정말 잘 만든 할리우드영화를 좋아하거든요. 좋아하는 영화는 어릴 때부터 수십번 봤고, 그게 뇌리에 남아서 영향을 미쳤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좋아하고 보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제가 만드니까요. 단지 그 이야기가 보편적이어야 한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죠. 그리고 많은 사람이 즐거워하는 영화를 만든다는 지향만은 분명하게 가지고 가요. 그런 기조를 가지고 영화를 만들었는데, 단지 제가 나태해서 실패했다면 다시 또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정말 열심히 만들었는데 실패하면 미련없이 영화계를 떠날 거예요. 제가 재미있다고 생각해서 만든 영화가 대중과 소통하지 못한다면 영화계에 폐를 끼치는 것이니까요. 제가 창작의 원형에서 찾는 것은 가장 처절한 이야기예요. ‘대중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처절한 이야기를 찾는다. 다만, 고통은 과시하지 않겠다’는 거죠. 그럼에도 제 영화를 본 관객 중에는 고통스럽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많아요.
박상연: 말씀을 듣고 보니 감독님의 필모그래피에는 그 원칙이 일관되게 지켜지는 것 같아요.
김용화: <미녀는 괴로워>의 실제 모델이었던 대역 가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런 개 같은 인생이 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남루합니다. 하지만 모든 인생도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면 처절하지만 시간이 지나서 보면 우습잖아요. 그게 통찰이라 생각해요. 사실 저희 어머니께서 20년간 투병생활을 하셨는데, 그 시간이 길어지면서 너무 고통스러워하시니까 나중에는 베개로 어머니 머리를 눌러서 편안하게 해드리고 싶다는 충동까지 느낀 적이 있어요. 만약 그랬다면 저는 살아갈 수 없었겠죠. 안 그래도 세상에는 성공보다 실패가 많잖아요. 그걸 액면 그대로 보여주는 게 옳은가라면 아니라는 답이 분명하게 나왔어요. 그래서 관객도 제 영화를 통해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어요. 저도 정말 힘든 시기에 극장에서 <백 투 더 퓨처>나 <터미네이터> 등을 보는 것만으로 큰 위로를 얻었거든요.
박상연: 저도 완전히 동감합니다. 우리가 영화와 드라마를 만드는 것의 사회적인 기능에 대해 생각해봤더니 결국 답은 위로더라고요. 그 이상을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멋진 글 한편으로 혁명을 일으킨다든지 영화 한편이 세상을 바꾸는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으니까요.
김용화: 반대로 저는 제가 위로받기 위해 영화를 만들기도 했어요. 세편 다. <오! 브라더스>도 제 가정사에 얽힌 이야기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고, <미녀는 괴로워>의 캐릭터에도 여러 명이 혼재되어 있긴 합니다만 제가 만났던 친구의 이야기죠. 제 신조는 진실하게 살자는 거예요. 배우든 작가든 감독이든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은 굉장히 낮잖아요. 성공하지 못한 이들은 결국 성공한 이들의 장점을 취하지 못했다는 건데, 바로 그 장점이라는 것이 저는 ‘진실함’이라고 봐요. 사람은 당장 내일이라도 죽을 수 있잖아요. 저는 자다가 죽을 뻔한 적도 있어요. 코를 너무 심하게 골다가 숨이 막혀서. 그런 인생이니만큼 하루하루 매 순간을 진실하게, 열정적으로 에너지를 쏟아서 살고 싶다는 거죠.
박상연: 위로에 관한 말씀과 매 순간 열정적으로 살자는 말씀은 제 생각과 무척 비슷해요.
김용화: 그러니까 빨리 좋은 시나리오 한편 써주시면…. (웃음)
TV드라마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넣어야 하는 작위적인 장치에 대해 박 작가님께서 말씀하셨는데요.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애초의 의지를 관철하기 힘들게 만드는 요소들이 적지 않잖아요.
김용화: 거의 전부 다죠. 감독의 일이라는 것은 자기의 것을 하나씩 포기하는 과정이에요. 애초의 생각을 20~30%만 가져가도 이야기는 되는 것 같아요. 거대 자본을 빌려서 이야기를 만드는 거니까 여기저기서 기대하는 것도 많고요. 결국 정해진 시간 안에 잘 찍는 사람이 훌륭한 감독인 것 같아요. 오랜 시간을 들여서 잘 찍는 사람은 많아요. 그리고 짧은 시간에 잘 찍기 위해서는 포기할 줄 모르면 안돼요. 대신 그 포기가 자존심에 어느 정도 상처를 줄 것인가를 고민하죠. 그건 저뿐만 아니라 박 작가님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박상연: 그 ‘정해진 시간’이 극도의 압박감을 주는 곳이 TV인 것 같아요. 제가 영화도 해보고 TV도 해봤지만 두 매체의 가장 큰 차이는 역시 그 부분이고요. 그러니까 매주 드라마 대본 작업을 할 때마다 아쉬운 점인데, 10시간만 더 손을 봐도 훨씬 좋아질 대본이거든요. 그런데 그걸 바로 보내야 하는 거죠. 밤에 연애편지를 써놓고 아침에 다시 보면 낯뜨거워서 못 보내는 경우가 있잖아요. TV드라마도 그 연애편지를 어젯밤에 이미 보낸 셈이죠. 그리고 그 낯뜨거움을 방송을 보면서 느끼죠. 영화 시나리오 작업 때는 그런 기분을 느낄 일은 없어요. 대신 함께 작업한다는 느낌을 거의 못 받아요. 시나리오 원고를 보내고 나면 영화가 완성될 때까지 소외되니까요. 기술시사를 하면 그때 처음 작품을 보게 돼요. 간혹 현장에라도 놀러가면 ‘누구세요?’ 그러죠. 작가인데 아무도 모르고. 그런 부분이 좀 섭섭해요.
김용화: 시나리오 하나 써주시면 제가 잘 모시겠습니다. (웃음) 사실 글을 쓰는 재능과 영화를 만드는 재능은 완벽히 달라요. 많은 영화가 실패하는 것도 감독들이 직접 글을 쓰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면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할 수 없어요. 영화 현장에서도 작가와 PD의 역할이 훨씬 늘어나야죠.
박상연: 영화 제작발표회 때 작가가 등장하는 경우를 본 기억이 없어요. 신문기사를 봐도 영화 소개에는 감독의 이름만 붙죠. 반면 드라마 기사에는 극본, 연출이 표기되고요. 물론 영화에서 감독의 책임이 가장 크지만 원창작자로서 작가도 책임을 지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박 작가님과 김영현 작가님이 드라마 작가의 매니지먼트 회사(케이피앤쇼)를 설립하고, <히트>에 이어 <선덕여왕>에 이르기까지 공동집필 체제로 가는 것도 그런 시스템의 변화를 위한 노력으로 보이는데요.
박상연: 사실 공동으로 작업하는 이유가, 1주일에 두편은 절대로 못 쓰겠다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일주일에 드라마 2회분이면 영화 한편 분량이잖아요. 그걸 8개월 동안 써내야 하는 거니까요. 그래서 저는 제가 드라마를 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었던 거예요. 오래 함께 쓰다보니 나눠 쓰는 것도 경지에 이르더라고요. 보통 서로가 잘 쓰는 분야에 따라 신을 나누거든요. 그런데 나중에 보면 어느 신을 누가 썼는지 기억이 잘 안 나요.
김용화: 그건 결국 두분이 함께 작업했다는 뜻이기도 해요. 아마 돌아보면 ‘내가 쓴 것 같은데’라는 느낌이 많이 드실 거예요. 함께 회의해서 아이디어를 내니까요. ‘이 대목은 이렇게 가보는 게 어떨까?’라고 아이디어를 내고 그게 받아들여지면, 다른 사람이 쓰더라도 그건 내 것이라는 생각이 들죠.
박상연: 맞아요.
김용화: 그래서 나중에는 누가 썼는지 모르게 되는 거죠. 감독은 모든 분야에서 그래요. 앵글 하나하나까지 제가 다 찍은 것 같아요. 그런데 따지고 보면 사실 제가 한 건 하나도 없어요. 모든 사람의 에너지와 영감을 한데 모은 것뿐이지.
힘들다고는 해도 영화 작업에서는 느끼지 못할 드라마의 매력이 존재할 것 같은데요.
박상연: 함께 간다는 느낌이죠. 배우, 감독, 그리고 모든 스탭과 매회 상의하면서 작업하니까요. 예를 들어 비담 역할의 김남길이 신종플루에 걸렸다고 하면 현장에서 바로 전화가 오죠. 몇몇 신을 못 찍게 됐으니까 두 시간 안에 대본 고쳐달라고. 시간 내에 못하면 일정이 어그러지죠. 정말 미칠 듯한 순발력이 필요해요. 아쉽기도 하죠. 원래 대본이 훨씬 재미있었는데 재미없게 만드는 수정작업을 해야 하니까. 그래도 실시간으로 함께 작업한다는 느낌이 있으니까 거기서 또 매력을 느끼는 것 같아요.
김용화: 드라마가 부러운 점은, 영화에서는 한 단어로 끝내야 하는 말을 길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거죠. 농담도 하고 실제생활처럼 묘사할 수도 있는데, 영화에서는 그 모든 상황을 압축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관객과 소통하는 데 곡해될 수 있는 여지도 많죠. 다만 저는 머리가 좋은 편도 아니고 집중력도 높은 편이 아니라서, 60분이 넘는 이야기를 20부작으로 늘리고도 완성도를 유지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스스로 담보할 수 없어요. 드라마 제의가 있긴 했습니다만 그런 이유로 고사했죠. 아직까지는 그런 생각인데, 만약 <무간도>처럼 멋진 이야기가 들어온다면 또 모르겠어요. 그런 이야기가 들어온다면 필생의 역작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한번 도전해보고 싶어요.
박상연: 저도 그게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이를테면 미실 같은 캐릭터는 그간 쌓아온 시간이 있으니까 살아 있는 사람처럼 느껴져요. 그래서 대본을 쓸 때도 ‘이렇게 살아온 인물이라면 다음에는 이렇게 행동하겠구나’라는 판단이 빨리 서면 고민이 짧아지죠.
김용화: 공동집필을 한다면 시놉시스는 어디까지 합의하고 쓰나요?
박상연: 우선 중요한 구성점이죠. 드라마는 엔딩이에요. 어떻게 끝내느냐죠. 칼을 들고 목을 치면서 끝내는 엔딩은 없잖아요. 목 치기 전에 끝내지. 항상 그런 식이어야 하기 때문에 그 구성점을 합의하고, 중요 장면에 대한 정서를 합의하고, 신 리스트를 만들죠. 신별로 아이디어를 낸 다음 김영현 작가와 써야 할 신을 나누어요.
김용화: 저도 신 리스트를 만드는 게 제일 중요한 과정이에요. 저희는 그걸 트리트먼트라 부르는데 회의를 하면서 신별로 등장할 인물, 감정, 대사의 뉘앙스에 대해 이야기하죠. 그 작업을 거친 다음 1주일 안에 시나리오를 써보라고 보조작가 세 사람에게 숙제를 주면 거의 똑같은 시나리오가 나와요.
박상연: 그게 정말 잘된 신 리스트죠.
김용화: 그런데 이런 방식을 영화계에서 많이 안 쓰더라고요. 이건 작가에게도 훈련이 되거든요. ‘영화는 구조’라는 걸 명확하게 배우게 되죠. 그러면 저도 그 시나리오들을 취합해서 1주일 안에 시나리오를 완성하고요. 시나리오를 쓰다가 멈춘다는 것은, 사실 쓸 얘기가 없다는 말이니까요. 이렇게 체계적으로 작업하면 적어도 이상한 결과물은 나오지 않더라고요.
박상연: 맞아요. 훌륭한지 아닌지는 몰라도, 적어도 하한선은 담보할 수 있어요.
김용화: <선덕여왕>도 보면 되게 구조적이에요. 연출도 훌륭하지만 캐릭터 안배라든지 극의 구성이 매우 훌륭하니까요. 그래서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는 거겠죠. 어서 빨리 드라마 끝내고 좋은 시나리오 한편 써주시길. (웃음)
김용화(1971년생) 중앙대학교 영화학과 졸업. 2000년 단편영화 <자반고등어>로 영화계 데뷔. <오! 브라더스>(2003), <미녀는 괴로워>(2006), <국가대표>(2009)의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국가대표>로 이천춘사대상영화제 최우수작품상, 한국영평상 감독상, 대종상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다.
박상연(1972년생) 중앙대학교 영어학과 졸업. 1996년 민음사 <세계문학>을 통해 등단. 1997년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원작 소설 <DMZ>를 발표했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2000), <화려한 휴가>(2007)와 드라마 <히트>(2007), <최강칠우>(2008), <선덕여왕>(2009)의 대본 작업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