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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인터뷰] <2012>의 국무장관
김도훈 2009-12-03

한국 방주는 아예 없다구요?

-결국 멸망해버렸군요. =그런 거죠 뭐. 그래도 멸종은 아니니 다행입니다. 문명은 멸망했지만 인간은 아직 살아 있으니까 언젠가는 또 재건할 수 있겠죠.

-후유, 재건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까요 대체. 100년은 더 걸릴 것 같은데요. =100년이 더 걸릴지도 모르죠. 인류가 쌓아놓은 탑이 모조리 무너진 거나 마찬가지니까요.

-그나저나 지금은 아프리카에 계신가요? =네. 영화를 보셨으니 잘 아시겠지만 유일하게 큰 화를 입지 않은 대륙이 아프리카잖아요. 저희 방주는 요하네스버그 항구에 무사히 도착해서 지금 비상 캠프를 만들고 있습니다.

-요하네스버그 항구라고요? 요하네스버그는 내륙에 있는 도시잖아요. 남아프리카공화국이라면 케이프타운이 제일 유명한 항구일 텐데. =아프리카 대륙이 다른 대륙에 비해 피해가 적었던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완전히 재앙을 피해갈 순 없었죠. 케이프타운은 이제 바다 아래로 사라졌습니다. 희망봉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아요. 혹은, 희망봉이라 부를 만한 지형이 요하네스버그 근처에 하나 새로 생기긴 했지만. 여하튼 도착하자마자 UA라는 범국가적 단체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UN도 아니고 UA가 뭐죠? =United Arcs의 준말입니다. 여튼 요하네스버그에 UA 본부를 차리고 현재 남아 있는 아프리카 대륙에 어떤 식으로 정착하게 될지 의논 중입니다. 미국 방주는 그나마 날씨가 좀 좋은 옛 남아공 근처에 정착하고 싶어 하는데 유럽과 일본 방주도 여길 고집하느라 협상이 지연되고 있어요.

-엥? 지구적인 재난으로 이미 국가는 사라졌는데 왜 또 아프리카 땅을 갈라먹으려는 건가요? 더이상 그럴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국가의 경계선 없이 살아남은 사람들끼리 힘을 합쳐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게 또 간단하지가 않더라고요. 유럽 방주들은 프랑스어와 독일어 중 공통어로 뭘 채택할 것인지를 두고 싸우다가 얼마 전엔 내전도 벌어졌어요. 우습게도 결국 채택된 언어는 에스페란토라나 뭐라나.

-할 말이 없군요. 문명이 멸망했어도 인간이 살아 있는 한 똑같은 역사는 계속되는군요. 뭐, 그러리라 짐작은 했습니다만. 근데 아까 일본 방주라고 하셨는데… 한국은 어느 쪽 방주에 속해 있는 건가요. =흠, 한국 방주는 없는데요.

-뭐라고요? 아니 왜 한국 방주는 없는데요? =그게… 이미 2012년이 되기 몇달 전에 지구적으로 큰 홍수가 한번 있었거든요. 근데 한국은 4대강 사업인가 뭔가 때문에 엄청난 홍수가 나서 대도시가 모조리 잠겨버렸어요. 살아남은 사람들이 중국과 일본으로 피난하긴 했는데 방주에 탑승할 만한 돈이 없었다나 뭐라나.

-슬프군요. 여튼 아프리카 대륙의 살아남은 주민과는 어떻게 협상을 하고 계신가요? 그쪽 국가들은 비교적 타격이 적었으니까 아직도 정부가 남아 있을 텐데요. =그게 말이죠. 아무래도 새로운 세상을 건설하려면 노동력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아프리카 주민을 노예로 사용하는 방법을 타진 중입니다. 미국 방주가 쓸모없는 사람을 덜 태우는 대신 군인과 최신 무기를 잔뜩 실었던 터라 화력에서는 저희가 아프리카 주민보다 압도적이랍니다. 정말 다행인 일이지요.

-네? 방주의 생존자들이 남아 있는 아프리카 땅을 차지하고 주민을 노예로 부릴 거라고욧? =아무래도 고등 인류가 살아남아서 문명을 재건하려면 그 방법밖에 없더라고요.

-하느님 맙소사. 이 인간을 살려두신 이유가 무엇이란 말입니까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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