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수아즈 사강, 하면 생각나는 것은? 한국에선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여주인공 조제(사강의 소설 <한달 후, 일년 후>에서 차용한 이름)를 떠올릴지 모르겠으나 사강의 조국 프랑스 사람들은 ‘스캔들’이라는 말을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열아홉살에 집필한 소설 <슬픔이여 안녕>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자 사강에겐 명성과 함께 스캔들이 따라붙었다. 두번의 이혼과 도벽, 스피드에 대한 집착과 약물 중독의 기록은 평생 그림자처럼 그녀와 함께했다.
하지만 그런 스캔들이 예술에 대한 사강의 재능과 애정을 어느 정도 가렸던 것도 사실이다. 사강의 에세이집 <고통과 환희의 순간들>에서는 세간의 이러저러한 평가를 떠나, 예술과 환락에 대한 그녀의 솔직한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에세이에 따르면, 사강은 문학과 음악과 영화를 숭배하는 만큼이나 그 창조자들을 사랑했다. 재즈의 여왕 빌리 홀리데이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뉴욕행 비행기를 타고, 테네시 윌리엄스와 약속이 잡히자 모든 스케줄을 취소하고 한달음에 달려가는 사강이 이 책 속에 있다. 도박에 성공해 홧김에 집 한채를 구입하는 유머러스한 에피소드도 눈에 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슴에 와닿는 건 이 모든 것에 대한 사강의 깊은 애정이다. 예술가들에 대한 경탄과 연민, 그리고 도박과 스피드처럼 날것의 에너지를 찬양하는 그녀의 태도는 결국 고통과 환희가 사랑의 다른 이름이라는 진리를 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