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형사 김성열(차승원)은 어느 날 살인사건 현장에서 아내 지연(송윤아)의 물품을 발견한다. 죽은 자는 잔인하기로 유명한 깡패 조직 재칼(류승룡)의 동생. 재칼은 동생을 죽인 자를 처단하겠다고 손수 나선다. 김성열은 자신의 증언으로 2년간 정직당했던 최 형사(박원상)와 한팀이 되어 이 사건을 맡는다. 약에 전 한 남자(오정세)가 증인이고 또 한명의 유력한 용의자(김인권)가 있다.
당신의 직업이 형사라고 하자. 어느 날 사건 현장에서 당신은 세 가지 물품을 줍게 된다. 핑크 바이올렛이라는 립스틱이 묻은 유리잔, 고급 의상에 달린 황금색 단추, 그리고 흔하지 않은 귀걸이. 모두 당신의 아내가 그날 밤 약간 이상한 표정을 짓고 집을 나갔을 때 그녀의 몸에 둘러져 있던 것이다. 당신이 사건 현장에서 이 세 가지를 본 다음, 아내가 이 사건에 연루되어 있을 것이라고 그 자리에서 직감할 여지는 얼마나 될까. 쓰러져 있는 사내는 험악한 얼굴에 칼자국이 있고 그는 칼에 찔려 죽었고 이곳은 아름다운 아내가 있을 만한 곳이 아니라는 사실을 덧붙여야겠다. <시크릿>에서 김 형사는 세 가지 증거를 보자마자 일말의 의심도 없이 이것이 아내와 연관되어 있다고 믿어버린다. 신기하게도 정말 아내와 연관이 있다.
<시크릿>은 리얼리티에 별다르게 신경을 쓰지 않은 것 같다. 대신 이 영화는 게임이기를 선언하고 있다. 게임에는 룰이 있고 그걸 지켜야만 우리도 즐길 만한 상태가 된다. ‘김 형사의 아내를 의심하라.’ <시크릿>은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아내가 범인일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몇 가지 변수가 있다. 김성열이 폭행죄를 증언하는 통에 2년간 정직당했던 동료 최 형사가 돌아왔으니 그가 복수를 위해 무언가 꾸민 것일 수도 있다. 아니라면 첫 장면에서 죽은 남자에게 뭇매를 맞던 어수룩하게 보이던 젊은 녀석이 범인인데 아내에게 뒤집어씌운 것일 수도 있다. 혹은 마약에 찌든 목격자는 어떠한가. 그도 좀 수상하다. 어쩌면 오래된 습관처럼 김 형사 자신이 범인일 수도 있다. 어쨌든 지금 김 형사는 아내를 뒤쫓는 재칼 일당에게서 아내를 구출하려고 고군분투한다. 그런데 어쩌다 아내가 이 사건에 연루된 것인가? <시크릿>이 중요한 비밀로 생각하는 것도 그 점이다.
캐릭터들이 많이 보아온 유형이고 종종 납득되지 않는 장면도 있다. 하지만 시작하자마자 거두절미하고 게임구조 안으로 들어간 영화다보니 그 제안에만 집중해서 따라가면 나쁜 편은 아니다. 다만 지나치게 분주하다. 사건의 분위기를 인물이 충분히 흡수하고 그 인물의 일거수일투족에 관객의 감정을 얽어매 긴장을 형성한 다음, 다시 망치로 맞은 것처럼 짜릿한 결론으로 배신해야 그 작품이 게임의 완전한 승리자가 되는 것인데, 너무 이야기의 짜임새로만 밀고 나간다. 손에 땀을 쥐는 스릴러영화는 관객의 머리를 속이는 척하면서 알고 보면 심장 박동을 훔친다. 그런 점에서 <시크릿>은 게임의 룰에는 능숙한데 압도하는 면모가 좀 부족하다. <세븐데이즈> 시나리오작가의 연출 데뷔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