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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공포 <드레드>
이화정 2009-12-02

synopsis 영화감독이 되고 싶은 스티븐(잭슨 라스본)은 강의 중 퀘이드(숀 에반스)를 만나 친구가 된다. 퀘이드의 제안으로 학기말 과제로 ‘두려움’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찍기로 결정한 두 사람은 또 한명의 친구 셰릴(핸느 스틴)과 함께 본격적인 프로젝트에 착수한다. ‘자신이 겪은 가장 두려운 일’을 인터뷰하는 동안, 퀘이드는 자신이 겪은 어린 시절 끔찍한 기억을 떠올린다. 그리고 자신의 두려움을 타인에게 전가하는 이상행동을 시작한다.

<드레드>는 사건을 통해 공포를 조성하는 방식이 아닌, 각 사건을 통해 ‘공포란 무엇인가’를 추적해나가는 작품이다. 공포의 근원은 간단하게도 자신이 가진 상처와 깊게 관련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정의되던 공포는 개개인의 끔찍한 경험과 결합되는 순간, 자신만이 느낄 수 있는 ‘맞춤형’ 공포로 다가온다. 고기를 혐오하는 채식주의자에게 고기만이 주어진다거나, 감추고 싶은 외모의 약점을 이용하여 수치심을 극대화한다거나, 끔찍한 차사고를 당했던 이에게 속도를 벗어난 동승을 시도하는 식이다. 주인공 퀘이드는 보호받기 위해 자신의 불안한 심리를 꺼내놓는 상대방을 향해 가학적인 채찍을 가한다. 그리고 이 모든 심리의 바탕에는, 퀘이드가 가진 과거의 끔찍한 상처가 자리한다. 불안이 조성한 공포는 결국 가학과 피학의 다른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는 증거다.

영화는 공포문학의 필독서가 된 클라이브 바커의 <피의 책> 중 동명 단편을 원작으로 한다. 단출한 인물로 구성된 원작은 가학을 즐기는 ‘케이드’와 수동적인 자세의 피해자들간에 벌이는 일종의 심리스릴러다. 팽팽한 신경전 속에서 공포는 결국 가해자와 피해자의 게임으로 규정된다. 비록 케이드가 공포를 즐기는 미치광이 살인마라고 할지라도, 피해자들에게도 역시 공포를 경험하고자 하는 일종의 묘한 심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압축된 심리전을 보여주는 데 치중하는 원작과 달리 영화는 스크린에서의 재미를 위해 꽤 많은 각색을 거쳤다. 캠코더로 보여주는 형식의 시도는 좋지만, 밀도있게 파헤친 원작의 심리전은 뭉개진다. 그걸 빼고 남은 건 결국 시각적인 공포다. ‘퀘이드’가 피해자들을 하나둘 처치하는 방식은 이미 스릴러를 벗어나 고어로 치닫는다. 이건 공포라기보다 아무래도 엽기에 더 가까운 체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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