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명: <거미집의 성> 관람자: 이재오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이재오 국민권익위 위원장의 행보가 거칠 것이 없다.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앞 버스정류장의 명칭이 ‘경찰청 앞’에서 ‘경찰청·국민권익위원회 앞’으로 변경됐다는 뉴스를 접한 게 얼마 전 일이다. 과연 ‘힘’이 세시구나 싶었다. 수십년 된 속초공비행장 일대 부지의 고도제한 민원을 한번에 뚝딱 해결했다고도 했다. 앞으로 이제 해결 안되는 민원은 무조건 권익위로 가면 되는 건가? 혹시 ‘주간’ 집회도 불허하는 경찰에 대한 불만도 이쪽으로 접수하면 되려나? 아무래도 이재오 위원장이 이번 권익위 활동을 통해 내년 한나라당 대표 자리를 목표로 삼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이번에 또 다른 뉴스를 들었다. 이번 건 좀 스케일이 크다. 지난 11월24일 고위공직자 부패행위 신고내용 사실 확인을 위한 금융거래 정보요구권을 신설하고, 위원회를 대통령 소속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은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것. 검찰이나 경찰도 계좌추적을 하려면 반드시 법원 영장을 받아야 하는데, 단순한 ‘조사’를 위해 영장도 없이 계좌를 들여다볼 수 있는 권리를 요구한다면 당연한 반발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아무리 취지가 좋으면 뭘하나, 그게 ‘권익’이라는 모호한 이름하에 ‘한 사람’에게 쏠리는 현상이 문제인 게 아닌가. 구로사와 아키라의 <거미집의 성>이나, 아니면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복기하심이 어떨지…. 지나친 건 언제나 위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