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대책의 하나로 정부가 현재 만 6살인 초등학교 취학연령을 만 5살로 1년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양육 부담 때문에 애 더 안 낳는다는 소리에 솔깃해 행정적 측면에서 양육 기간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그럼 교육 부담 때문에 애 더 안 낳는다면 어떡할는지. 초등, 중등 의무교육 기간도 다 줄이면 되겠네.
흥부가 기가 막힐 이런 대책은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의 제1차 저출산 대응전략회의에서 나왔다. 앞으로 2차, 3차 회의도 귀추가 주목된다. 수능 몇점 이하짜리는 대학 안 가고 결혼하면 장려금 준다거나, 민법상 부모 동의 필요없는 혼인연령을 대폭 낮춘다거나 뭐 그런 방안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양육 기간을 줄이면 양육비가 줄고 곧 양육 부담도 줄 것이라 여기는 것 같다. 정부 돈도 굳는다고 여기는 모양이다. 절약되는 재원을 보육 및 유아교육에 투입하겠다고 한다. 정작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 예산이나 저소득 가구 보육지원료, 장애아 무상보육료 등은 다 깎아놓고 말이다. 양육 환경에 대한 고찰없이 신입사원 모집 요강처럼 출산 장려책을 내놓는 걸 보니 이 정부의 정체가 더 분명해진다. 한마디로 골이 비었다.
양육기 엄마로서 모든 것을 돈문제로 치환하는 이 정부 스타일에 맞는 제안을 하자면 다 필요없고 대입에서 영어를 뺄 것을 권하고 싶다. 사교육 부담 때문에 애 안 낳는다는 사람도 많잖아. 사교육비 상당액이 영어에 들어가고 오바마도 ‘어메이징’하다고 했듯이 원어민 교사들을 대거 수입하다보니 국부도 그만큼 준다. 또 입시용이 아니면 몰입도 잘돼요. 애들이 미끄럼을 왜 타고 게임을 왜 좋아하는데. 입시랑 상관없으니까 즐기는 거지. 해외시장을 개척할 ‘어륀지’스러운 발음을 지닌 산업예비군도 이래야 양성된다고.
기왕 아랫‘돈’ 빼서 윗‘돈’ 괸다면, 당장 애 키우는 비용을 줄일 취학전 무상보육, 초·중등 무상급식, 고교 의무교육 확대, 국·공립대 무상교육은 어떤가. 지난주에도 말했지만 4대강만 안 파면 그 돈으로 다 충당된다. 심지어 그러고도 남아서 모든 대학 등록금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어때? 이 정부에서 안되는 게 어딨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