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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언니네 이발관 1집, 어떻게 만들었게?

<한국의 인디 레이블> 박준흠 외 지음 선 펴냄

인디음악을 알려준다 지수 ★★★★☆ 인터뷰 읽는 재미가 있다 ★★★★

2009년도 막바지에 접어든 지금, 최근 몇년간 혹은 지난 10년간 한국 대중음악계의 이슈를 꼽을 때 ‘인디신의 성장과 약진’을 빼놓을 순 없을 것 같다. 그런데 그게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따지는 건 좀 무의미한 것 같다. 그러니까 이른바 ‘장기하’ 때문이라든가 혹은 EBS의 <헬로루키> 때문이라고 말하긴 망설여진다는 얘기다. 아니, 망설여지는 게 아니라 그렇게 말할 순 없다. 왜냐하면 인디신이든 어디든 일종의 ‘성장’이란 게 순식간에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일이든 과정과 맥락을 살피는 게 중요하다.

<한국의 인디레이블>은 한국(혹은 홍대 앞) 인디신의 역사를 레이블의 역사로 살펴보는 책이다. 이게 의미있는 이유는 인디신을 산업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도이기 때문이고, 또한 커뮤니티와 시장이 뒤섞여 있는 ‘로컬신’을 음악가나 팬이 아님에도 치열하게 생존을 고민하는 입장을 살펴보기 때문이다. 이 책은 2008년 한해 동안 여러 명의 필자들이 레이블의 대표들을 찾아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를 묶은 책으로, 나 또한 이 작업에 참여했다. 1996년, 인디신의 태동에서 2008년 현재 성업 중인 레이블 대표들을 만나 ‘동시대적인 문제의식과 고민’을 담았다는 데 긍지를 가지고 있다.

흥미로운 건 이 책에 실린 레이블 대표들의 입장이 모두 다르다는 사실이다. 어떤 이는 사명감으로 홍대 앞으로 뛰어들었고, 어떤 이는 재미로 뛰어들었다. 어떤 이는 홍대 앞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고, 어떤 이는 여전히 가능성을 찾고 있으며 어떤 이는 메이저와 경계가 사라졌다고 선언하기도 한다. 정답은 물론 없다. 대중문화에서 중요한 건 답이 아니라 질문이라고 믿는 사람이라면 이 인터뷰들이 예사롭지 않게 여겨질 것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언니네 이발관 1집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요조가 어떻게 등장했으며 갤럭시 익스프레스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이 어떤 고민으로 등장했는지 궁금한 독자들에게 꽤 좋은, 그리고 재미있는 자료집이 될 것이다. 한편으론 음악평론가와 레이블 대표 사이의 인터뷰라는 점도 말하고 싶다. 여느 인터뷰와는 다른 재미와 깊이를 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에 내가 참여해서 그런 건 아니다, 정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