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영상문화연구의 생산적인 담론을 끌어내는 데 탁월한 트랜스아시아영상문화연구소가 <아시아 영화의 근대성과 지정학적 미학>을 펴냈다. 2006년 출간한 <트랜스: 아시아 영상문화> 이후 두 번째다. 한국·일본·싱가포르·중국·말레이시아·필리핀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필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책은 크게 두장으로 나뉜다. “1부 트랜스 아시아 영상문화 이론”은 일종의 개괄적 연구서들이다. “민족, 자본, 국제성, 세계화와 연관된 동아시아 스크린 문화의 복잡한 동학의 한축을 보여준다”(김소영).
양식적 계보에 관심이 있다면 스티븐 티오가 밝히는 오즈 야스지로와 왕가위 영화의 공간적 상관성에 관한 글을, 차이밍량 영화의 여성과 도시에 관심이 있다면 펑핀치아의 글을 읽으면 좋겠다. “2부 아시아 웨스턴”은 말 그대로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남아시아 웨스턴을 교차시켜 읽어낸다. 한국에 만주 웨스턴이 있지만, 인도에는 커리 웨스턴, 방글라데시에는 방글라데시 웨스턴, 필리핀에는 타갈로그 웨스턴이 존재한다. 문화연구의 장에서 심층적으로 장르를 이해하고 싶은 독자들이라면 흥미를 돋우고도 남는 챕터다. “만주 웨스턴의 지정학적 판타지”를 고찰한 김소영의 글부터 읽고 나머지를 읽는 것도 좋은 순서일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