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파삭 늙었는 줄 알았는데 이제 열여덟밖에 안됐구나.” ‘어른’이 듣기엔 한대 쥐어박았으면 딱 좋겠는 얼토당토않은 신세 한탄이지만, 허언이라고 낙인찍을 수는 없다. 청소년 소설인 <파랑 치타가 달려간다>의 두 주인공 중 하나인 강호의 선배가 하는 저 말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사는 것처럼 보이는 ‘부류’의 삶이라고 현재와 미래를 고민하지 않는 건 아니라는 걸 은근히 드러낸다. 2009년 제3회 블루픽션상을 받은 <파랑 치타가 달려간다>는 청춘물을 읽는 즐거움을 일깨운다.
주강호는 흔히 말하는 문제아다. 아버지가 처음 보는 아줌마를 세 번째 엄마라고 집에 들이자 집을 나왔다. 여동생이 마음에 걸리지만 어쩔 수 없다. 주유소에서 먹고 자며 학교에 가고 아르바이트를 하면 아버지에게 맞지 않을 수도 있고 돈도 벌 수 있다. 현재 그에게 가장 절실한 소원은 오토바이를 사는 것이다. 강호의 반에 이도윤이 전학을 오면서 평온한(?) 그의 일상에 변수가 생긴다. 초등학생 때 잠깐 친했다가 멀어졌던 강호와 도윤. 도윤은 강호와 다른 ‘부류’의 모범생이다. 외고에 다니다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인 강호의 학교로 전학을 온 참이다. 범생인 도윤은 한때 친했던 강호가 왜 자신을 멀리하고 자신을 왕따까지 시켰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약간은 그가 부러워지려는 참이다. 공부 매니저를 자처하며 일거수일투족을 체크하는 어머니 때문에 갑갑해 죽을 지경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 도윤은 강호를 따라 음악을 들으러 가고, 밴드부를 만들자는 데 의기투합한다.
요즘 학교가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다고들 하는데, 정말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확실한 건, 난방과 냉방은 확실히 우수해졌으며, 공부에 대한 압박은 한결 심해졌다는 사실이다. 사회 계급만 중산층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학교에서도 비슷해서, 모범생 아니면 날라리다. 공부 못하는 모범생이 그 중간을 어정쩡하게 메우고 있다. 모범생의 목표는 사회적으로 괜찮은 부류의 인간이 되어 그런 부류의 인간들과 어울리는 것. 그들 부모의 목표다. 그러니 아이들도 부류를 나눈다. 공부에 도움이 되고 앞으로도 도움이 될 만한. 도윤의 어머니는 그런 믿음에 충실한 인물이다. “자식 미래를 위한 건데 얼마든지 투자할 수 있어.”
극중 강호와 도윤은 음악이라는 탈출구를 찾아내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탈출구를 끝끝내 찾지 못하고 살아가는 대다수의 아이들에게 해방감을 줄 것이다. 숨죽이고 살며 어느새 어른이 되어버린 이들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