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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t] “액션보다 관계와 소통에 주목”
강병진 사진 최성열 2009-11-26

<바람: Wish>의 이성한 감독

영화 <바람: Wish>(이하 <바람>)는 지난해 여름 <스페어>로 데뷔한 이성한 감독의 신작이다. 당시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된 <스페어>는 성룡의 영화에 심취한 감독의 취향이 담긴 한편, 장준일과 정우라는 배우의 얼굴을 알린 액션영화였다. 당연히 차기작도 액션영화일 줄 알았다. 그런데 <바람>은 액션에 대한 관심을 걷어내고 한 고등학생의 성장담에 주목한 영화라는 점에서 의외다. 주연배우인 정우의 실제 경험담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소식이 흥미로웠다. 한 사람의 개인적인 기억에서 이성한 감독은 무엇을 발견했을까.

- 정우란 배우에게 애정이 큰가 보다. = 그에게 빚졌다는 생각이 있다. <스페어>가 좀 잘됐으면 배우 생활에 도움이 됐을 텐데, 결과가 별로 좋지 않았다. 나만 믿고 따라와준 것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이 있는 거다.

- 크레딧에 ‘원작 김정국’이라 쓰여 있더라. 정우의 본명이 명시됐다는 점에서 그의 이야기가 단순한 아이디어는 아니었을 것 같다. = 본인이 A4용지로 50페이지 가까이 이야기를 썼고, 내가 다시 각색했다. 영화에 나오는 집이나 학교, 아버지와 함께 가는 목욕탕도 실제 정우가 다녔던 곳이다.

- 술자리에서 나온 이야기였나. = 아니다. 사실 정우나 나나 술을 잘 못한다. 그래서 차를 주로 마신다. 찻집을 옮겨다니면서 3차, 4차를 간다. (웃음) 밤새 이야기를 하면서 옛날 에피소드를 들었는데, 처음에는 재밌게만 들었다. 그런데 싸움을 좀 하던 친구 중에서 졸업 뒤에 건달이 된 친구가 없다더라. 그때 혹했다. 생각해보니 내 주위 친구들도 그렇더라. 그리고 정우가 돌아가신 아버지 이야기를 할 때 나도 많은 걸 생각하게 됐다. 아이를 셋이나 낳은 상태에서 회사를 때려치우고 영화를 시작했는데, 힘들 때마다 아버지를 많이 떠올렸다. 정우의 이야기처럼 나나 아버지나 서로에게 표현이 부족했다. 그런 안타까운 감정을 영화에 담고 싶었다.

- 영화에는 그 두 이야기가 거칠게 엮여 있다. = 어떤 분은 생뚱맞다고 그러더라. 또 누구는 두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그 두 이야기 중 하나를 놓칠 수는 없었다. 물론 시나리오를 처음 내놨을 때는 특정한 중심사건이 없다는 점에서 엄청난 공격을 받았다. <스페어> 때도 비슷했다. 하지만 나는 이런 방식으로 담는 게 맞다고 봤다.

- <바람>에는 배우의 추억과 감독의 추억이 강하게 담겨 있다. 그런 향수 외에 다른 게 있는지 생각해 보면 난감하다. 한 사람이 가진 기억 이상의 의미를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 의도는 그렇지 않았다. 그 또래 남자들이 어떻게 소통하는지를 드러내려 했다. 짱구는 아버지나 형에게 강압적인 교육을 받은 막내아들이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좀더 센 척하면서 맹수의 자리에 올라가려 한 거다. 그런 아이들이 정말 나쁜 게 아니라 자신이 받은 상처 때문에 남에게 상처를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을 그리고 싶었다.

- 짱구의 상처를 상처로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다. 영화의 시점은 회상이다. 이미 나이 든 사람이 그 거친 경험을 모두 그리운 추억으로 대한다는 느낌이다. 정신적인 상처라기보다는 그 시절의 해프닝으로 보인다. = 그 시점은 맞다. 그렇게 묘사하는 게 재밌을 거라고 생각했다. 사실 정우는 <친구>나 <말죽거리 잔혹사>처럼 센 액션이 담긴 영화를 원했다. 하지만 나는 내가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관계와 소통에 대한 것에 더 시선이 가더라. 당시 같은 반에서 가해자로 불리던 애들도 사실은 매 순간 용기를 내고 있었다는 걸로 보면 될 것 같다.

- <스페어>도 그랬지만, 처음 보는 배우들의 리얼한 연기가 눈에 띄었다. 다들 범상치 않은 외모다. = 부산과 서울에서 오디션을 했다. <스페어> 때처럼, 리딩을 많이 하고 리당하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연습시킨 결과다. 오디션 과정에서 연기 경력이 있는 사람은 제외하려 했다. 더 날것의 느낌을 가져가고 싶었다. 실제 폭력조직에 가담한 친구는 없었는데, 정우와 비슷한 학창 시절을 보낸 사람은 있더라.

- 다음 작품은 아무래도 액션영화일 것 같다. = <스페어> 같은 액션영화를 좀더 큰 규모로 구상 중이다. <스페어>의 액션 연출은 많은 분에게 비판을 받았다. 난 컷을 잘 나누지 않는 편인데, 그런 액션을 별로 안 좋아하더라. 내 취향을 지키면서도 대중적인 액션 스타일을 좀더 많이 반영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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