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지구에 공급할 에너지를 채취하기 위해 달 기지 ‘사랑’(기지 곳곳에서 한글로 적힌 ‘사랑’을 볼 수 있다)에서 근무하는 샘 벨(샘 록웰)은 지구 귀환 2주를 앞두고 달 표면에서 작업을 하다 사고를 당한다. 갑자기 기지 안에서 깨어난 샘은 컴퓨터 거티(케빈 스페이시)의 명령을 무시하고 바깥으로 나가고, 사고를 당했던 그 자리에서 자신과 똑같은 사람을 발견한다. 그는 또 다른 샘 벨이다. 정체성 혼란을 느끼는 두명의 샘은 힘을 모아 진실을 파헤치기로 한다.
<더 문>의 첫 인상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나 <솔라리스>와 닮아 있다. 우주에서 정체성을 상실한 인간과 고도의 지성을 가진 존재 또는 기계가 등장하는데다 정적인 영상과 음악이 음울한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문>은 이런 고전 SF영화를 단순 재연하려는 게 아니다. 영화가 자기 색깔을 드러내는 건 비교적 초반부 또 다른 샘이 등장하면서다. 이런 설정은 흔히 ‘누가 진짜 인간이고 누가 클론이냐’를 가리는 싸움으로 이어지게 되는데, 의외로 결판은 쉽게 그리고 빨리 난다. 장르적 클리셰에 연연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역력한 <더 문>은 두 샘 벨 사이의 독특한 관계를 통해 이야기를 전개한다. 외모부터 기억까지 똑같은 둘은 상대의 존재로 인해 고통받는다기보다 오히려 동질감을 얻는다. 그 본질은 외로움이다. 망망한 이곳에 인간이라곤 단 둘뿐인데다 똑같은 기억을 공유한다는 사실은 의외로 위안을 준다. 게다가 달 기지를 운영하는 회사가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연대감은 더욱 강해진다. 컴퓨터 거티(케빈 스페이시) 또한 ‘인간의 적’이라는 클리셰에서 벗어나는 캐릭터다. 모니터의 이모티콘을 통해 표현되는 거티의 감정은 때때로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더 문>은 이야기를 확장하거나 CG로 치장하려는 대신 단순한 긴장감을 촘촘하게 엮어내는 데 힘을 기울인다. 잘 쓰여진 SF 단편소설의 느낌이 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간결함에는 예산의 한계도 영향을 미쳤을 터. 대부분의 사건이 기지 안에서 일어나는 것은 비용의 효율성을 고려한 결과로 보인다. 던컨 존스 감독은 단단한 시나리오와 효과적인 장치를 통해 제한된 공간 안에서도 흥미로운 장르영화를 풀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허망한 결말만 제외한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