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약수터 소동극 <약수터 부르스>
김용언 2009-11-25

synopsis 29살 우철(배건식)은 3년차 백수다. 취직도 안되고 어머니의 잔소리에도 지쳐 혼자서 망우공원 용마천 약수터를 찾는다. 대학 시절 딱 반년 동안 배운 무술 정합도의 기본 동작을 연습하던 그를 보고 약수터 근방 주민들은 무술 고수로 오해한다. 카드빚에 시달리던 이벤트 도우미 화순(김태인)은 에어로빅 강사로 새 출발하기 위해 약수터에 온다. 주민들은 최근 약수터에 부쩍 늘어난 수상쩍은 노숙자와 치한, 강도 등을 물리치기 위해 우철을 보디가드로 채용할 생각을 하고, 화순은 자신의 새 출발을 위해 우철을 이용하려 한다.

총제작비 3800만원, 17회차 촬영, 촬영장비는 HD캠 F900H 1EA 외 전무, 야간장면 촬영 1일을 제외하고는 조명장비 전무, 서울 중랑구청의 전폭적인 지원. <약수터 부르스>는 ‘독립영화’의 카테고리보다 ‘저예산 지역영화’로 표현하는 쪽이 더 정확할 것이다. 중랑구 망우공원 용마천 약수터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은 서울 한복판에도 이런 녹지가 있구나라는 새삼스런 깨달음을 준다. 그러나 그런 장점 하나로 지역문화운동의 좋은 본보기로 <약수터 부르스>를 꼽는 건 망설여진다. 이 영화에는 치명적인 결함이 너무 많다. 관광 홍보물로서라면 모를까, 2시간 가까운 러닝타임을 견딜 만한 영화적 즐거움을 찾기란 곤란하다.

모든 사건사고를 대사로 일일이 설명해주는 방식은 (딴짓하면서 볼 수 있는) TV 일일드라마를 연상케 한다. 여러 명이 대화할 때 카메라는 무조건 대사를 말하는 인물 하나하나를 클로즈업하기 바쁘다. 심약하고 무능한 주인공 우철에 대한, ‘철학과 출신, 현실도피적인 도가사상에 관심이 많다’라는 캐릭터 설명은 진부하다. <약수터 부르스>의 메시지 ‘생각하는 대로 살게 된다’를 행여나 관객이 놓칠세라 몇번이고 되풀이하며 대사로 들려주는 구성 역시 게으르다. 경제 위기에 내몰린 소시민에게 “당신 자신이 당신 삶의 고수입니다”라는 착하디착한 메시지를 전달하고픈 의도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상업영화로서 영상 문법과 스토리텔링에 대해 이렇게까지 무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솔직히 되묻고 싶다.

“설마 죽기야 하겠어?” “아니, 죽을 수도 있어.” <약수터 부르스>의 핵심이라 할 만한 대사다. 그러나 <약수터 부르스> 자체에서는 그런 결기를 찾아보기 힘들다. ‘블랙유머’와 ‘키치’를 결합하여 ‘블랙키치’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발했다는 제작진의 포부는 당차지만, 보는 이는 허무할 뿐이다.

관련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