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기자회견을 봤다. “알아서 잘할 테니 걱정 말라”는 내용을 어쩜 저리 길게 말할까. 요즘 이 대통령은 2시간 회의하면 1시간40분은 혼자 떠든다고 한다. 의욕이 넘쳐서 그런 모양이다. 하지만 어떤 지위에 있건 성인이 주변 환경과 반응을 무시하고 이런 식으로 혼자만 떠들면 전두엽이 덜 발달한 사람 같다(뇌 발달 단계상 보통 25살 전후 성숙이 완료되기 시작한다고 함). 본인 말대로 성장기 내내 갖은 고생하며 서민행보하느라 안정적인 애착관계를 형성하지 못해 그런가.
이맘때면 미취학 아동을 둔 집에서는 내년에 애를 어느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낼까 집중적으로 고민한다. 우리 동네 네살배기 아기의 엄마들도 만나면 이에 대한 정보와 품평을 나눈다. 대체로 부정적인 내용들이다. 어디는 집 평수에 따라 아이를 차별한다거나, 어디는 원장이 사이코라거나, 어디는 바깥놀이를 전혀 시키지 않는다거나…. 좋은 교육에 대한 욕심에 앞서 우리 애만 물먹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이 적지 않게 깔려 있다.
사실 불안이 위험한 게 아니라 불안없는 영혼이 더 위험하다. 나의 계획만이 나라와 국토를 살리는 백년대계라는 그릇된 신념에서 ‘막 나가지만 막가파는 아니다’라는 자세와 기세가 나온다. 이런 막가파에게만 마이크를 쥐어주는 건 진짜 위험한 노릇이다. 공영방송이 정권의 나팔수가 되면 안된다고 싸우는 ‘비나팔권’ 중 KBS 사장 후보로 나선 이가 아무도 없었다. KBS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로 공모에 지원한 홍미라씨마저 없었으면 정말 아쉬울 뻔했다. 낙하산 사장 반대도 중요하지만 대안을 발굴하고 미는 것도 그 이상으로 중요하잖아.
방송이 이 모양이니 정세균 민주당 대표의 “4대강 예산 절반으로 반값 등록금과 고교 무상교육 확대가 가능하다”는 주장을 인터넷을 뒤져서야 찾을 수 있지. 4대강 삽질을 멈추면 지방국·공립대 무상교육, 초·중교 무상급식, 취학전 아동 무상보육까지 할 수 있단다. 어휴 훌륭해 훌륭해. 이런 훌륭한 비판을 해도 받아 써주질 않으니, 이래서 정권 백년대계를 위해 언론을 쥐고 흔드는 거다. 불안은 저 혼자 피곤하지만 불안이 없으면 저 빼고 모든 사람 피곤하게 한다.